투자 주체별 순매수·매도 누적 추이
기관·개인 시들한 사이 외국인만 강력 매수세
“중국 등 비교 매력회복”-“일시적 관심” 엇갈려
“중국 등 비교 매력회복”-“일시적 관심” 엇갈려
답답한 박스권에서 맴돌던 증시를 외국인들이 끌어올렸다. ‘1월 효과’를 되뇌던 증권사를 비롯한 기관 투자가들이 매물을 쏟아내 추락하던 증시에 외국인이 구세주로 등장한 셈이다. 정작 국내 증시의 안전판 구실을 해야 할 국내 기관은 외국인들에게 끌려다니기 바쁜 모양새다. ‘대한민국 증시’가 허약 체질을 면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래서 국내 투자자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 증시 끌차는 외국인=한국 증시에서 올 들어 가장 큰 규모로 순매도한 데는 기관이었다. 기관 투자가들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양쪽에서 줄곧 팔아왔다. 1월 2일부터 2월 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015억원 순매도, 코스닥시장에서 2963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1월 효과’를 부르짖던 기관들이 던진 매물은 외국인들이 받아 챙겼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5812억원, 1758억원 순매수했다. 기관 중에선 투신권이 1조2828억원 순매도해, 국내 증시의 버팀목 구실을 전혀 해내지 못했다. 은행과 증권도 각각 2178억원, 1591억원 순매도했다.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주로 외국인 매매 행태에 따라 움직였다. 외국인이 사들이면 오르고 팔면 떨어지는 식이었다. 외국인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물론 국내 기관마저도 수동적인 객체에 불과했다. 외국인 강력 매수, 왜?=지난해 10조원 가까이 한국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들이 최근 매수세로 돌아선 것과 관련해, 국내 증시 분석가들 사이에선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 감소 등 위험 요인이 줄어들고 최근 위기 요인이 감지되고 있는 중국·인도 등 다른 신흥시장에 견줘 한국 증시에 대한 매력이 높아졌다는 게 주된 분석이다. 이건웅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강한 순매수는 지난달 말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인플레이션 우려 감소 발표로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가 전반적으로 완화된 뒤 시작됐다”며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서도 정상적인 이머징마켓 매매 패턴으로 복귀하면서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확인 풍문도 나돈다. 국내 증시가 모건스탠리 캐피털인베스트먼트 지수(MSCI)의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예정이라거나, 북한 핵문제 타결에 따라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리라는 것 등이다. 이와 관련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으나 아직까지 확인된 징후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언제까지 외국인이 끌고가나?=외국인들의 매도세와 관련해선,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과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견해가 맞선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영국·프랑스 등 유럽계로 추정된다”며 “2004년 4월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을 순매도했던 유럽계 자금이 한국 증시로 되돌아오는 것인데, 이들의 매수가 단발성이 아니라면 전체 외국인 매매 역시 2년반 만에 매수 기조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은 좀더 신중한 편이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은행주에 집중된 것 등을 들어 중국 시장의 조정에 따른 일시적인 반사이익으로 평가하고 있다. 외국인 매수에 대한 확신이 서려면 정보기술주로 매기가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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