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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투자길라잡이] 이익의 질-실제 자산 따져봐야

등록 2007-02-11 18:04수정 2007-02-11 20:14

PER와 PBR 비교
PER와 PBR 비교
수치 낮을수록 저평가 의미하나

한광덕 기자의 투자 길라잡이 = PER와 PBR

증권기사의 대부분은 증시 전문가의 다음과 같은 ‘공자 말씀’으로 마무리된다. “그동안 낙폭이 컸거나 저평가된 우량주를 선별해서 매수하라.” 여기서 ‘낙폭이 크다’는 것은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고 ‘저평가’됐다는 것은 기업의 가치에 견줘 가격이 싸다는 뜻이다. 그러면 주가가 “비싸다, 싸다”라고 말하는 근거는 뭘까? 기업의 내재 가치를 평가하는 계량적 지표중 가장 많이 쓰이는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의 의미를 짚어본다.

돈 벌어 오는 로봇의 가치=100만원을 주고 산 로봇이 내게 하나 있다. 이 로봇은 기특하게도 짬짬이 식당에 나가 일해 1년에 20만원을 벌어 온다. 그 식당 주인이 로봇을 120만원에 사겠다고 나에게 제안했다. 나는 당연히 코웃음을 쳤다. 1년만 지나면 식당 주인이 얹어준 프리미엄 20만원을 뽑고 로봇이 중간에 고장만 나지 않으면 5년 만에 투자원금 100만원이 회수되는데 팔 이유가 없다. 200만원을 준다면 혹시 모르겠다.

이런 로봇을 기업으로 치면, 수익가치는 연 20만원이고 시장에서 200만원에 팔렸다면 10배 높게 쳐 준 셈이다. 여기서 10배가 바로 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s Ratio)로 가격이 이익에 비해 얼마의 배수로 거래되느냐를 보여준다.

ㄱ기업의 당기 주당 순이익이 1천원인데 주가가 5천원이면 주가수익비율이 5이고 ㄴ기업의 주당 순익이 500원인데 주가가 1만원이면 주가수익비율이 20이라는 얘기다. ㄱ기업이 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고 있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비율은 굴뚝주냐 인터넷주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나고 동종 기업끼리도 미래 전망이 달라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익의 질이 중요하다. 땅을 팔았거나 환율 덕분에 일시적으로 이익이 많아졌다면 경계해야 한다. 반면 현재 이익은 적지만 순수 영업활동에 따른 이익 증가율이 높은 경우엔 후한 점수를 줘도 된다.

고철이 된 로봇의 가치=식당에서 과로한 로봇이 몸져누웠다. 피도 눈물도 없는 나는 고철로라도 팔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분해에 들어갔다. 속을 열어보니 뜻밖에 약간의 금과 은이 섞여 있었다. 고물상에 물어보니 100만원이란다. 그런데 식당 주인은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봤는지 120만원을 주겠다고 해서 얼른 팔아버렸다.

부도가 나 오늘 청산해도 받을 수 있는 가치를 순자산(총자산※부채)가치라고 한다. 로봇은 순자산가치에 비해 1.2배(120만/100만) 높게 팔렸다.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rice Book-value Ratio)이 1.2배란 뜻이다. 주가순자산비율이 1 밑이면 주가가 청산가치에도 못미쳐 흔히 자산주라고 부르는데 ‘장하성 펀드’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주가순자산비율에 사용되는 분모는 엄밀히 말하면 실제 순자산가치가 아니라 장부상 가치일 뿐이다.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이나 재고자산의 장부가격은 시세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 비율을 기계적으로 대입할 수 없는 이유다.

두 비율은 서로 연결돼 있다.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잉여금이 늘고 이게 내부에 쌓이면 자본(순자산)을 키우는 것이다. 여러해에 걸친 순이익은 결국 순자산으로 수렴한다고 보면 된다. 단 주가는 미래를 먹고 달리므로 현재 지표로 쫓다보면 숨이 찰 수밖에 없다.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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