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덕 기자의 투자길라잡이] 국외펀드 비과세 오해와 진실
국외펀드 비과세 방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내 증시 부진에 실망한 투자자들의 외도 욕구를 자극한 것은 물론 은행이나 증권사에는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비과세에 해당되는지를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1월 현재 수탁액이 3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국외펀드의 대중적 기반이 새삼 확인된 셈이다. 이번 비과세와 관련해 혼동되거나 논란이 되고 있는 몇가지 항목을 점검해보자.
부동산펀드 과세…리츠는 물음표
외국계가 운용하면 모두 과세되나=똑같이 국외자산에 투자하더라도 펀드를 설립한 곳이 국내인 역내펀드(국외투자펀드)만 비과세되고 설립지역이 국외인 역외펀드(외국간접투자기구)는 제외됐다. 펀드 이름 앞에 피델리티, 메릴린치 같은 외국운용회사 명칭이 들어간다고 모두 역외펀드는 아니다. ‘슈로더 브릭스 주식형’처럼 펀드가 국내에서 설정됐다면 역내펀드로 분류돼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미래에셋이 홍콩 현지법인에서 펀드를 설립해 국내에 판매할 경우엔 과세된다.
비과세가 항상 유리한가=역내펀드에 대한 비과세도 국내펀드처럼 주식 양도(평가)차익에만 주어진다. 채권 이자와 매매차익, 주식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여전히 15.4%의 과세가 이뤄진다. 주식형 펀드도 자산의 일부분을 채권이나 단기 유동성 상품에 투자하므로 온전한 비과세 펀드라 말하는 건 과장이다. 주식 혼합형은 비과세 효과가 더 떨어진다. 또 국내펀드처럼 원금 손실이 났는데도 세금을 내야 하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국외펀드에서 주식매매 손실 200만원, 채권 이자소득 100만원이 발생했다면 전체적으로 손실이므로 세금을 안 내지만 앞으로는 100만원의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 15만4천원을 내야 한다.
옷 갈아입는 역외펀드=역내펀드에 대한 비과세는 이중과세방지협약이 있어 가능하다. 홍콩 증시에 투자해 돈을 벌었지만 홍콩(발생지)이 아닌 한국(거주지)에서 세금을 낸다. 한국 정부가 과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역외펀드에 대한 비과세는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외국에선 주식과 채권을 가리지 않고 합산 과세하므로 국내펀드처럼 소득원천이 구분되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주식매매로 발생한 소득인지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외국계 운용사가 호락호락 물러설 리는 없다. ‘슈로더 브릭스’처럼 설정만 한국에서 하고 운용은 밖에서 하거나, 아예 본사의 글로벌 펀드를 복제한 자펀드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실제 도이치운용은 국내에서 설정한 비과세 펀드 2종을 지난 16일 내놓았다.
헷갈리는 국외 리츠·ETF=국내 운용사도 편하지만은 않다. 나라밖 다른 펀드에 투자한 재간접펀드(펀드오브펀드)도 비과세가 안 되기 때문이다. 설정은 국내에서 됐지만 비과세가 안 되는 역외펀드들을 줄줄이 품고 있으므로 과세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외 부동산펀드도 주식차익과는 무관해 과세 대상이다. 반면 국외 리츠나 상장지수 펀드(ETF)에 투자한 펀드는 편입자산을 주식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와 주목된다. 아직 재경부의 구체적 지침이 없어 몇몇 증권사들은 증권업협회를 통해 질의를 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비과세는 환매의 예술=비과세는 올 3월께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미 역내펀드에 가입해 수익을 실현하고 싶은 사람은 기준가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 한 조금 참는 게 좋다.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시점은 펀드에서 이익이 발생한 매매 시점이 아니라 투자자에게 이익이 배분되는 환매나 결산 시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출시되고 있는 베트남 펀드처럼 5년내 환매가 불가능하거나 높은 환매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면 고민에 빠질 수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상의 일몰규정은 연장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추이를 지켜보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
펀드를 고를 때 투자국가의 경제 전망이나 운용사의 실력보다 비과세를 우선하는 건 앞뒤가 바뀐 선택이다.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을 함께 묶고 적립식으로 부어 위험을 방어하는 게 국외펀드 투자의 정석이다.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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