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조정 신호탄?
급등뒤 숨고르기? 종합주가지수가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조정이 본격적인 조정 장세의 시작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핵 리스크, 외국계 펀드 청산설 등 각종 루머가 조정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그 동안의 상승폭으로 볼 때 쉬어갈 때가 됐다는 데 대부분 의견을 같이했다. ■ 너무 쉬지 않고 올라왔다 국내 증시는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주간 기준으로 9주 동안 연속 오르는 기세를 보였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1999년 3월부터 10주 연속 오름세를 보인 이후 최장이다. 해외 증시들도 2월에는 상승했지만 3월 들어 조정을 보였는데 국내 증시만 유독 강세를 보였다. 이날 조정은 연초부터 쉬지 않고 오른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됐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유가, 환율 등 좋지 않은 거시 변수들을 모두 무시하고 올라왔는데, 외국인이 9일 연속 순매도를 보이는 등 단기 수급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악재들이 일시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가 유동성의 힘만으로 올라가기에는 한계에 부닥쳤다는 지적도 있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우량주나 중소형주 모두 단기간에 많이 올랐기 때문에 지금 가격에서 선뜻 살만한 종목이 별로 없다”며 “시장은 이제 실적이든, 거시경제 지표 등 뭔가 확인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퍼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뚜렷한 악재 없어 북핵설등 무성
환율하락·외국인매도등 반영한듯
950~970안팎 단기조정 전망 많아
■ 북핵 리스크, 외국계 펀드 청산설 등도 영향 이날 뚜렷한 악재 없이 시장이 급락하자 증권가에서는 원인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우선 외국계 증권사 브로커들을 통해 알려진 루머로 싱가포르 투자청이 2조원 가량의 아시아 펀드를 청산해 이익실현을 하려 하고 있다는 설이다. 이 소식이 외국인들의 선물 매도를 부추겨 프로그램 매도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 외무상이 “핵무기고를 늘리겠다”고 한 발언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를 악화시켰다는 설이다. 위안화 절상설도 다시 떠올랐다. 지난 14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위안화 절상은 예고 없이 할 것”이라는 발언의 여진이 남아있는데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가 지난 11일 “미국 의회가 위안화 절상을 하지 않으면 무역보복을 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 보고서가 새삼스럽게 회자됐다. 국제 원자재가 지표인 미국 CRB지수 급락 소식도 한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확하게 확인이 안되거나 새로 등장한 악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간 떨어지기는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요인들이 국내 증시가 안고 있는 잠재적 리스크라는 점은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 조정 얼마나 갈까 이날 조정으로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완전히 끝났다는 의견은 별로 없다. 하지만 단기 조정 가능성은 염두에 두는 편이 나을 듯하다. 오현석 연구원은 “내일에도 20일선(995)이 깨진다면 조정 기간이 길게 가고 지수도 970~980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세중 연구원은 “앞으로 1~2개월 정도는 1000을 중심으로 위로는 1030 정도, 아래로는 950까지 등락하는 장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당분간은 1000 안팎에서 오르내리다 4월 기업들의 실적발표를 보고 본격적인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평소 눈여겨 보았던 우량주에 대한 저점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조정의 폭을 확인한 뒤 들어가는 것이 안전할 듯하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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