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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주가 핵실험 이전 수준으로 회복

등록 2006-11-01 19:46

환율 940선 붕괴…달러화 약세가 더 큰 요인
북-미 밀고 당기기 따라 증시 당분간 영향

북한 6자회담 복귀 금융시장 반응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1일 금융시장에서도 주요 관심사항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940원선 밑으로 내려갔고, 주가는 핵실험 발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특히 북한의 이번 결정은 증권시장에서 북 핵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일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원-달러 환율 다시 940원선 밑으로=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거래일째 내림세를 보이며 전날보다 2.80원 떨어진 1달러=93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5월17일(936.9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엔 환율은 100엔=802.99원으로 0.06원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개장 초반 938.30원으로 떨어지자 재정경제부 당국자가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소식이 환율 하락 재료임은 분명하지만,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구두 개입’성 발언을 하기도 했으나, 940원선을 지키지는 못했다.

북한 변수가 이처럼 개장 초 주목됐지만 외환시장에 생각만큼 큰 영향을 주진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6자 회담 복귀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들 수 있지만 시장을 움직일 결정적 변수는 못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날 원-달러 환율 하락에는 달러화 약세가 더 큰 구실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달러는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 등이 예상보다 하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3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한달만의 최저치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의 내림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수출기업들에는 적잖은 부담이 될 것 같다. 삼성그룹은 내년 사업계획을 세울 때 적용하는 기준환율을 올해보다 45원 낮은 925원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은 50원 낮은 900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는 북 핵 실험 이전 수준으로=이날 코스피지수는 9.80(0.72%) 오른 1374.35로 마감했다. 북한이 핵 실험 계획을 발표(10월3일)하고 실행(10월9일)하기 이전인 10월2일의 1374.22를 회복한 것이다.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북 핵 충격파로 4일과 9일 각각 22.22(1.62%), 32.60(2.41%)씩 떨어졌지만, 그뒤 17거래일 중 5거래일만 소폭 하락하며 비교적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타고 있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북한의 6자 회담 복귀가 일단 호재이기는 하나, 6자 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북한 핵은 펀더멘털을 훼손시키지는 않았지만 투자심리에 끼치는 영향이 컸는데,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함에 따라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이 호전되고는 있지만 6자 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경 선임기자 김진철 기자

jaewoo@hani.co.kr


경협업체들 “출구가 보인다” 반겨-재계 “언제 또 터질지 몰라” 경계

북한의 6자회담 복귀는 일단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불안 심리를 누그러뜨리는 데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많은 기업들은 “사태 악화는 막았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특히 북 핵실험 선언 이후 한달 가까이 가슴을 졸여온 남북경협 업체들은 크게 반겼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1일 “북한 핵실험 이후 내년 사업계획조차 짤 엄두를 못 낼 정도로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었다”며 “대화 국면에 들어선만큼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부천공업의 조목희 대표는 “그동안 고민을 거듭했는데 출구가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대표도 “처음 북핵 위기가 터지면서 직원들도 동요하고 협력업체와 금융권도 우려를 많이 했는데, 이제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태 진전을 봐가며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산업자원부의 박진규 구미협력팀장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를 다시 논의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해도 한반도 긴장과 불확실성이 일거에 해소되는 것이 아닌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하동만 전무는 “북이 6자회담에 들어오면 긴장이 어느정도 완화되겠지만 핵을 지렛대로 삼아 계속 분란을 일으키면 핵실험 때와 상황이 다를게 없다”며 “그래서 경계심을 풀 수 없다”고 말했다.

내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는 주요그룹과 수출기업들한테는 여전히 북핵 문제가 가장 불확실한 요소다. 미국의 대북 제재 의지가 강고한 데다, 북미 갈등과 대립이 다시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엘지그룹 임원은 “(북의 6자회담 복귀는) 소비와 투자 부문에서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긍정적이지만 앞으로의 전개 과정을 좀더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황 악화에 대비해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6자회담 재개 소식에도 수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재정경제부는 다음달 초까지 추이를 지켜본 뒤 내년 경제운용방향을 짤 계획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해도 이것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북핵 이후 경제상황을 볼 수 있는 10월 경기지표들이 나오는 12월 초가 돼야 최종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대선 송창석 임주환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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