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M&A 시장 포화…한·중·인도로 이동중
3조달러 규모…“기업들 경영투명화로 대비해야”
3조달러 규모…“기업들 경영투명화로 대비해야”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축이 미국·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 그 중심엔 전 세계 9천여개, 1조2천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헤지펀드가 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만난 투자은행 전문가들은 한국·중국·인도 등 아시아가 인수·합병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의 인수·합병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음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들은 또 인수·합병의 주체가 일반기업에서 헤지펀드 같은 ‘주주 행동주의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크 쉐이퍼 리먼브라더스 글로벌 M&A 총괄대표는 지난 16일(현지시각) “기업이 아닌 헤지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들에 의한 기업 인수·합병 규모가 2004년 1510억달러에서 2005년 2320억달러로 늘어났고, 올 들어 9월까지 4040억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보다 2배 정도 증가했다”며 “특히 적대적 인수·합병은 3배가 넘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M&A 부문 전무인 빌 앤더슨은 “헤지펀드가 비약적으로 늘어나 올 9월 말 현재 9천여개 펀드, 1조2천억달러 규모에 이르고 있다”며 “레버리지(차입) 효과를 고려하면 실제 인수·합병에 쓸 수 있는 자금은 3조달러가 넘는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은 충분한 자금력을 보유한 헤지펀드들이 앞으로는 한국 등 아시아 기업들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에선 이제 더 이상 ‘먹을’ 기업을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반면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경우엔 여전히 경제 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금융시장 개방 등 시스템이 외국자본에 유리하게 재편되고 있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다.
실제로 2003~2004년 연간 1천억달러 안팎에 머물던 아시아의 기업 인수·합병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70억달러로 늘어났다. 올해는 9월까지 벌써 1800억달러에 육박한다.
쉐이퍼 대표는 특히“헤지펀드는 자금조달 비용이 적고, 인수·합병 대상 기업의 크기와 업종에 대한 제약이 적어 인수·합병 시장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안 투자처를 못 찾는 자금이 전례없이 큰 규모로 헤지펀드에 유입되고 있다. 곳곳에서 주주 행동주의자들의 기업 인수·합병 시도가 성공하고 있는 것도 헤지펀드에 돈이 몰리는 또 다른 이유다.
전문가들은 헤지펀드가 기업의 약한 고리를 끊고 공격하므로, 기업들은 이를 대비하기 위해 사업과 재무전략의 명료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앤더슨 전무는 “헤지펀드들은 기업의 잠재적 취약 요인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 때 공격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쉐이퍼 대표도 “헤지펀드의 주주 행동주의는 기업 지배구조나 경영 투명성 등에서 특정한 취약성이 발견할 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국경을 초월한 자본 교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인수·합병은 앞으로 더 활성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업들로서는 주주들과의 의사소통과 투명한 기업 경영, 시장 경쟁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이다.
뉴욕/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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