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부총리 “북핵파장 주시” 12월 정책 발표 때 반영
정부는 북한 핵 실험의 여파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애초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경기 안정 대책 준비를 하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올해 4분기에는 세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북한 핵 실험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권 부총리는 이어 “정부가 지난 7월에 내년 경제 성장률을 4.6%로 전망했으나,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종합해 보면 하방 위험 요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권 부총리는 “현 단계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 핵 실험 강행 직후 증시를 비롯해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동요했으나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으며, 실물경제 측면에서도 아직 직접적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실행과 북한의 추가 대응 등 상황 진전에 따라서는 경제 심리가 위축되고 이것이 실물경제의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권 부총리가 이날 브리핑에서 ‘경기 관리’라는 표현을 사용해 필요할 경우 거시경제 정책 기조를 변경시킬 수 있음을 내비친 것도 이 때문이다. 권 부총리는 “경제 전망치 수정을 포함한 관련 대책을 12월에 발표하는 내년 경제운용 방향에 반영할 것”이라며 “필요시 거시정책 기조에 대한 재점검과 함께 소비·투자·수출 등 성장의 내용별로 애로 요인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권 부총리는 이어 “부작용을 초래하는 인위적인 경기 부양에는 반대하지만, 경기가 성장 잠재력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에는 일정 정도 경기 대책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4%대 중후반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경기 안정 대책은 경기 하락의 정도에 따라 다를 것으로 관측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성장률이 4.3%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거시정책의 기조 변경보다는 미시적 정책으로도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거시정책의 기조 변경이란 재정 지출의 확대를 뜻한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짜면서 재정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수준으로 잡았는데, 그 적자 폭을 늘리겠다는 뜻이다. 또 금리 인하도 검토할 수 있으나, 다만 이는 한국은행이 결정할 사항이다.
미시적 대응으로는 경기 진작 효과가 큰 공공건설 확대 등이 검토될 수 있다. 각종 규제 완화도 미시적 대응책에 포함될 수 있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도 이날 〈한국방송〉 제1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 주택 거품이 꺼지거나 북한 핵 사태가 장기화되면 내년에 4.3% 성장률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며 “경제를 잘 지켜보다가 필요하면 경기 부양을 실행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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