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사태 전후 개인과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매매 현황
개인, 외부변수 민감 미수거래 덫에
외국인, 내재가치 중시 장기투자 소신
외국인, 내재가치 중시 장기투자 소신
‘흥분-신중’ 국내외 언론 보도차이도 영향준듯 지난 9일 북한 핵실험 강행 뒤 국내 주식시장의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사흘 연속 주식을 팔고 있다. 반면 외국인들은 주식을 빗자루로 쓸어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과 외국인의 이런 엇갈린 행보는 무슨 까닭일까?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와 북핵 리스크를 바라보는 기본인식과 투자패턴의 차이, 언론의 보도태도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한다. 엇갈린 개인과 외국인=개인들은 9일 하루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018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이날 오전 11시50분께는 순간적으로 180여개 종목이 하한가까지 떨어지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이날 개인이 코스닥시장을 포함해 팔아치운 금액 6700억여원은 2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규모는 줄고 있지만, 개인들은 10일 1271억원어치 순매도에 이어 11일에도 456억원 순매도를 유지했다. 외국인들은 거꾸로 갔다. 9일 개인들이 하한가로 쏟아낸 물량의 상당수를 외국인이 헐값에 받아냈다. 이들이 9일 순매수한 4777억원은 직전 6개월 이래 최대 규모다. 10~11일에도 각각 1195억원, 181억원 순매수했다. 기본인식의 차이=개인과 외국인의 행보를 갈라놓은 주된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과 북핵 리스크에 대한 인식차가 꼽힌다. 개인들이 북한 핵실험이라는 눈앞의 갑작스런 사태에 놀라 보유주식을 앞다퉈 내던진 반면 외국인들은 한국 경제의 건실한 기초체력에 주목했다.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훼손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고, 개인은 북핵 뉴스에 너무 쉽게 흔들려버렸다”고 지적했다.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북핵 리스크를 미리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국내 개인투자자들처럼 패닉에 빠지지 않은 것은 이미 북한 핵실험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언론의 보도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개인들이 투매 양상을 보였던 9일, 대다수 한국 언론들은 북한 핵실험을 기정사실화해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등의 언론들은 북한 핵실험 발표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음을 분명히했다. 상이한 투자패턴=투자패턴의 차이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개인들의 투매는 외상으로 주식을 사는 미수거래와 같은 고질적인 단기매매 행태와 깊은 관련이 있다. 미수거래는 단기급락에 견디기 힘든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분당지점 관계자는 “투매에 나선 개인들 대부분은 미수거래 때문에 입게 될 손해를 막아보려 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김아무개(38)씨는 “미수금을 채워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북핵이 터져 버렸고, 손실을 만회하려고 몇몇 종목을 겨우 하한가 직전에 팔았지만 이미 반토막이 났다”고 털어놨다. 반면, 개인들의 투매물량을 받아낸 외국인 자금은 주로 장기투자펀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남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장기투자 성격의 뮤추얼펀드를 비롯해 헤지펀드 등이 골고루 주식을 샀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사들인 종목은 국민은행, 우리금융, 포스코 등 우량주들이었다. 이영곤 연구원은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있는 것을 보면 일단 외국인의 선택이 현명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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