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이 부당이득 57% 그쳐
대부분 실형은 면해
적발건수 늘고 기소율 낮아져
대부분 실형은 면해
적발건수 늘고 기소율 낮아져
2004년 3월 주당 3천원대를 오가던 ㄴ제지 주가가 석달여만에 2만3천원대까지 치솟았다. 한 신문사 지국장이던 박아무개씨 등이 이 회사가 적대적 인수합병될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렸기 때문이다. 이때 박씨는 주식을 팔아 23억2600만원(금융감독원 추정)의 이익을 남겼다. 그러나 소문이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그해말 주가는 다시 5천원대까지 추락했고 소문을 믿고 주식을 산 소액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봤다. 박씨는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검에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됐고, 올 2월 대법원에서 1년6개월의 실형 선고를 받았지만 금전적으로는 ‘남는 장사’를 했다. 벌금 15억원을 내도 8억원 이상의 이익이 고스란히 남기 때문이다. 박씨와 함께 ‘작전’에 나섰던 이아무개씨와 정아무개씨도 각각 12억9100만원, 16억600만원의 이익을 봤지만, 벌금은 6억원(징역 1년)과 5억7천만원(징역 1년6월·집행유예 3년)에 그쳤다.
이처럼 시세조종과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가조작에 대한 벌금이 부당이익의 60% 수준에도 못미쳐 예방 및 재범방지 효과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주 열린우리당 의원이 2004~2005년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31명의 법원판결에 대한 분석자료를 보면, 부당이익이 확인된 12명의 부당이익금 규모는 71억4400만원임에도 부과된 벌금은 57%인 41억3천만원에 그쳤다.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등 증권거래법 위반 사유가 있는 15명 중 실형은 3명에게만 선고되고 12명은 집행유예와 가벼운 벌금 부과로 형이 확정됐다.
특히 2001년 250억원대 주가조작이 포함된 권력형 비리 사건 ‘이용호 게이트’ 이후, 부당이익금이 5억원을 넘을 경우 가중처벌하는 조항이 2002년 4월 신설됐음에도, ㄴ제지 주가를 조작한 박씨, 이씨, 정씨 등은 법원에서 가벼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당시 개정된 증권거래법은 50억원 이상 부당이익 발생시 5년 이상 유기징역, 5억~50억원의 경우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고 벌금은 부당이익금의 3배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법원 판결은 이에 훨씬 못미친다.
김 의원은 가벼운 처벌과 함께 주식불공정거래자에 대한 검찰 기소율이 낮아지고 있어 주식불공정거래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주식불공정거래건수는 2003년 198건에서, 2004년 226건, 2005년 259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또 이 중 금감원이 검찰에 고발한 건수도 2003년 56건에서 2004년 60건,지난해 73건으로 매년 늘었다. 올 7월까지는 모두 92건 적발해 47건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율은 2003년 51.0%에서 2004년 42.8%, 2005년 43.5%, 올해 1~3월 19.9%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김 의원은 “증시불공정거래로 얻은 이득에 대한 벌금이 최소한 부당이득금보다 많도록 증권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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