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펀드 천연가스 선물 손대다 일주일만에 60억달러 날려
미국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의 투자 실패가 무려 60억달러의 손실로 이어졌다. 운과 기술에 따라 득실이 엇갈리는 게 헤지펀드라지만, 금융·상품 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헤지펀드에 대한 경계심이 새삼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주부터 투자 실패 소문이 돌기 시작한 미국의 유명 헤지펀드 ‘아마란스 어드바이저스’의 천연가스 선물투자 손실액이 일주일만에 60억달러로 불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2일 보도했다. 1998년 당시 미국 최대의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파산 이후 가장 큰 손실 규모다.
2000년 설립한 아마란스는 그간 천연가스 선물투자로 짭짤한 재미를 봤는데, 예상을 벗어난 가격 하락세로 주로 올해 4∼5월물에 집중된 투자가 큰 손실을 봤다. 아마란스는 긴급융자를 받는 한편 자산을 팔아 간신히 파산을 면했다. 한 때 90억달러를 웃돌던 자산은 30억달러대로 찌그러들었다. 아마란스에는 모건스탠리의 펀드와 연금펀드 등이 투자를 하고 있다.
재앙과도 같은 결과를 불러온 투자의 주역은 펀드매니저 브라이언 헌터(32)로, 2004년에 도이치방크에 투자 손실을 끼쳤음에도 헤지펀드 업계에서 ‘스타’로 군림해 온 인물이다.
지난달에는 4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던 ‘마더록에너지펀드’가 천연가스 가격 하락에 돈을 걸었다가, 한여름 폭서로 가스값이 반등하는 바람에 60% 가량의 손실률을 맛보고 파산하는 운명을 맞았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천연가스 선물시장은 가격변동폭이 주식시장의 5배나 되지만, 그런 점 때문에 20~30대 젊은 펀드매니저들이 모험을 즐긴다고 보도했다. 상품 선물시장은 2~3년 사이에 헤지펀드들의 집중 투자처로 떠올랐고, 에너지 선물에는 현재 600억달러의 헤지펀드가 투자된 것으로 추산된다. 상품가격 앙등에 일조하는 젊은 펀드매니저들은 가격 하락세가 뚜렷한데도 발을 빼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헤지펀드에 관한 책을 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그들은 러시안룰렛을 하는 사람들 같다”며 “누군가는 돈을 잃고 쓰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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