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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한국판 ‘워렌 버핏’?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등록 2006-09-21 20:20수정 2006-09-21 22:05

미래에셋그룹 주식형 펀드 수탁고 비중
미래에셋그룹 주식형 펀드 수탁고 비중
국내 투자가가 움직이는 시대
자산운용·투신운용 합병
지분 5%↑ 소유 기업만 28개
시장 교란·권력 집중 비판도
“배당만 신경쓰는 기업에 이의 제기”

한국에도 ‘워렌 버핏’이 나올 수 있을까? 한국 증시를 움직이는 힘이 외국인에서 국내 기관투자가로 옮겨가고 있다. 기관 중에서도 적립식 펀드를 무기로 한 투신권이 핵심이고, 그 중심에는 미래에셋이라는 ‘큰손’이 있다.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장하성펀드)의 등장 등으로 기관투자가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래에셋에도 눈길이 쏠린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기회있을 때마다 기업에 대한 펀드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해왔다.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의 3분의 1을 움직이는 미래에셋이 적극 나선다면 한국증시와 기업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최근 미래에셋은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투신운용 합병계획을 밝혔다. 합병 뒤 회사의 펀드 수탁고는 18조2천억원을 넘어선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수탁고 1조6천억원까지 보태면 20조원을 훌쩍 넘어 전체 적립식 펀드 수탁고의 10%에 육박한다. 주식형으로만 따지면 32.75%로 더욱 높아진다. 미래에셋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도 무려 28개에 이른다. 태광그룹에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하는 장하성펀드가 대한화섬 지분 5.15%를 보유한 것을 감안하면, 미래에셋의 ‘힘’을 알 수 있다.

박 회장은 증시를 움직이는 ‘큰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을 움직이는 구실에 대해 종종 이야기해왔다. 한국의 ‘워렌 버핏’이 되겠다는 꿈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해야 성장하고 주가 상승이 가능해지므로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도록 압박”하고 “배당에만 힘쓰는 기업에 대해선 주총에서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에스케이생명을 인수한 것도 이와 관련된다. 자산운용사는 주로 적립식 펀드 등 공모자금으로 투자에 나서기에 운신의 폭이 좁지만, 보험사는 자금운용이 자유롭다. 지난 3월 기준 미래에셋생명의 운용자산 이익률은 7.7%로 생명보험사 평균 5.9%를 웃돌았다. 워렌 버핏이 회장인 버크셔 헤더웨이도 보험사로 시작해 여러 회사를 인수했다. 여기에 사모펀드(PEF) 활동이 본격화된다면 미래에셋의 영향력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올해 초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의 정기 주총에서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전체 3333건의 안건 중 11건(0.33%)만 반대했듯 아직 이사회의 거수기에 불과한 현실을, 미래에셋이 바꿔나갈 것인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미래에셋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한국시장을 ‘가지고 논다’는 말이 나온다”며 “별다른 이유 없이 특정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주가가 한참 오르면 다시 빠지는 식으로 운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펀드 규모가 너무 커지면 5천억원 정도로 쪼개서 운용하는 게 적절한 데 미래에셋은 수조원짜리 펀드를 그대로 운용하다 보니 시장이 교란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퇴직연금 유치 등 영업에 이용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투신운용의 지분 60~70%를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해 새로운 금융재벌이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박 회장이 투자의 귀재이면서 자본가의 사회적 역할에도 관심을 기울여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렌 버핏에 버금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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