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장쪽 1천억대 편취”
‘장풍’, 태광에 의혹공세
‘장풍’, 태광에 의혹공세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가 태광그룹의 대주주인 이호진 회장 일가가 계열사인 천안방송의 지분거래를 통해 1천억원대의 회사 가치를 가로챘다고 주장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일명 ‘장하성펀드’가 대한화섬에 이어 태광그룹의 모기업인 태광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본격 제기하면서 양쪽간의 갈등은 전면전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장하성펀드는 19일 “태광산업이 매각한 천안방송 지분을 이호진 회장 부자가 소유한 전주방송이 사들이면서 1079억원의 태광산업 가치를 가로챈 것으로 판단된다”며 “천안방송 매입 지분은 마땅히 태광산업 주주들의 몫이므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광산업은 방송법상 소유지분 규제 때문에 2001년 8월 100% 갖고 있던 천안방송 지분 가운데 67%를 지에스홈쇼핑·씨제이홈쇼핑·우리홈쇼핑 등에게 주당 2만원에 팔았다. 이 지분은 4년여 뒤인 지난해 11월 이 회장 부자의 개인회사인 전주방송이 모두 같은 값에 사들였다. 2004년 이미 규제가 완화됐고 4년여 시간 동안 천안방송의 주식 가치가 커졌음에도, 원래 주식 소유자인 태광산업이 지분매입에 나서지 않은 데서 의혹이 불거진다. 또 홈쇼핑사가 실제 주식가치에 훨씬 못미치는 헐값에 주식을 되판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태광산업이 당국의 규제를 피해 천안방송 주식을 거래형식을 빌어 홈쇼핑사에 일시 맡겨 두었다가, 대주주 일가의 개인회사로 하여금 대신 인수하도록 해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이는 대목이다. 게다가 천안방송 지분 67%를 되찾을 기회를 포기한 태광산업이, 20여일 뒤인 같은해 12월에는 천안방송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99억원을 들여 나머지 33%의 지분을 유지했다. 펀드 쪽은 이런 일련의 지분거래 과정에서 태광산업과 이 회장, 홈쇼핑사들 사이에 편법적 관계가 있었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펀드는 천안방송 가입자 1인당 가치를 50만원으로 계산해 총주식가치를 171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 부자가 전주방송을 통해 얻은 지분 67%는 1145억원이므로 지분인수액 66억원을 제외한 1079억원이 이 회장 부자가 가로챈 태광산업의 자산이라는 계산이다. 또 펀드는 “태광산업 지분 5% 미만을 보유하고 있다”며 “지난 7월 태광산업 경영진을 만난 뒤, 8월에는 이사회에 지배구조개선과 기업가치제고를 위한 요청사항을 전달했지만 아무런 답신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펀드는 아울러 “천안방송 외에도 회사의 사업기회와 자산을 최대주주가 부당하게 편취한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며 추가 폭로에 나설 것임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 쪽은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는 계약이었으며, 무책임한 폭로성 공세에 대응할 가치를 못느낀다”고 반박했다. 이날 태광산업 주가는 14.81%나 급등했고, 대한화섬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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