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대표소송 정부안 ‘팥소없는 찐빵’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이중대표소송제의 소 제기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자회사 지분율을 50%로 잡은 법무부 안으로는 재벌그룹 비상장계열사 셋 중 둘이 이중대표소송 대상에서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경제개혁연대의 ‘35개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이중(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의 실제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35개 재벌그룹 비상장 계열사 665개 가운데 63.91%(425개)는 모회사 보유 자회사 지분이 50%를 넘지 않아 이중대표소송이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회사 보유 자회사 지분이 30%를 넘는 경우로 이중대표소송 적용 범위를 넓혀도, 대상 회사의 50.08%는 적용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중대표소송제란 자회사가 부정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음에도 모회사 경영진이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제대로 추궁하지 않을 때 모회사 주주가 직접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법무부의 이중대표소송제 시안은 50% 이상 지분을 가진 경우에만 모자회사로 인정하고 있으며, 손자회사에까지 적용하는 다중대표소송은 제외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과 에스케이그룹은 그룹 전체 지배구조에서 핵심적 위치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 에스케이씨앤씨·와이더댄 등 주요 비상장 계열사들은 총수 일가 개인의 지분 보유, 다단계·분산 출자, 비상장 회사간 출자 등으로 인해 이중대표소송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그룹의 회사기회의 편취 사례로 지적된 엠코 등도 이중대표소송이 불가능하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중소송이 가능한 모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30% 초과로 낮추고, 손자회사에까지 적용되는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국회에 입법청원안을 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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