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애셋저널’ 지적
투자사인 엠브이피창투는 영화 <왕의 남자>에 투자해 500%의 수익률을 올렸다. 그러나 투자액은 단돈 5억원. 제작비 70억원의 10%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영화투자의 ‘원조’로 꼽히는 일신창투는 올해 영화투자 비중을 20% 아래로 줄였다.
종종 ‘대박’이 터지는 영화에 ‘펀드’가 별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뭘까?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의 이석진 수석연구원은 ‘수익배분 구조상의 문제점’과 ‘회계관리 등에서의 불투명성’을 꼽았다. 이 연구원은 삼성증권이 발간한 <애셋저널> 9월호에 실린 ‘영화투자, 그들만의 리그’에서, 투자자 관점에서 한국영화산업의 문제점을 두루 지적했다.
그는 “창투사들이 제작 과정이나 제작사 경영에 관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돈을 넣고도 수익 배분에서 뒷순위로 밀려나 큰 액수의 투자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회상장과 ‘뒷돈’에 혈안이 된 제작사와 과다한 권리보장을 고수하는 판권 소유 투자자가 버티는 한 영화 투자 문화 확립은 공허한 메아리”라고 꼬집었다. 위험관리가 거의 불가능한 탓에 영화로 이어지는 ‘돈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짚어 냈다.
온갖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영화 펀드는 단 2개에 그친다. 그나마 설정액도 257억원, 60억원에 불과하다. 설정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수익률은 은행 예금 이자에도 못 미치는 1~2%에 그치고 있다.
반면,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지난 2년간 헐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에 공급한 자금은 40억달러(3조8500억원)를 넘어선다.
이 연구원은 “제작사의 자금과 개별영화 제작비를 분리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특수목적회사제, 정해진 기간 안에 영화의 완성과 배급을 확약하는 완성보증제 등을 통해 투자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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