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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미 베이비붐 세대 은퇴 금융시장 촉각

등록 2006-08-30 18:43

위험자산 회피로 증시 약세 전환 가능성
국내증시도 미 연기금 매매동향 주시 필요

‘자산시장 흐름을 읽으려면 먼저 인구통계를 들여다보라.’ 직접적인 계기는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인 미국 베이비붐세대가 본격적인 은퇴를 시작한다는 데 있다. 미국 가계 전체 금융자산은 대략 37조달러에 이른다. 미국의 현금자산 보유비중은 15%대. 이 가운데 70% 정도는 베이비붐세대가 손에 쥐고 있다. 2005년말 현재 우리나라 거래소 시장에 투자된 외국인자금은 모두 244조원이며 미국 국적의 자금 비중은 50%를 넘는다.

미국 베이비붐세대 은퇴 시작=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20년 동안 주요 나라들의 금융자산은 31조달러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2차 대전 직후인 46~54년 사이 미국에선 해마다 평균 394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어림잡아 7천만명이 넘는 이들 베이비붐세대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은퇴를 시작한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경향이 커지면 주식시장이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진다. 홍춘욱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90년대 초 일본경제의 불황 시작과 최근 미국 주택경기 냉각의 밑바탕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90년 당시 전체 가계자산 가운데 63%를 부동산에 투자했던 일본 베이비붐세대와는 달리, 미국 가계는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을 상당히 높게 유지하며 안정적인 자산포트폴리오를 이루고 있어 패턴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창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전체적으로 금융자산 보유경향이 강해지면서 베이비붐세대가 자산을 금융자산을 처분하더라도 이후 세대들이 수요를 떠받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급속한 자산시장 붕괴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국내 자산시장엔 어떤 영향?=미국 베이비붐세대들이 노후 생활을 위해 펀드 환매에 나설 경우, 그 여파가 신흥시장 투자자금 회수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큰 관심은 노후자금 성격이 강한 연기금들의 움직임이다. 2005년말 현재 국내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금 가운데 연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25조원)에 이른다. 안선영 미래에셋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가 지난 몇 년 사이 해외투자비중을 늘린 것은 사실이지만, 베이비붐세대 은퇴와 함께 해외투자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4년 10월 이래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수하게 빠져나간 외국인자금은 12조원에 이른다. 외국인 자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뮤추얼펀드 자금 등의 유출은 일차적으로는 한국시장에 대한 비중조정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이영원 푸르덴셜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베이비붐세대 은퇴에 따라 장기적으로 선진국 시장과 신흥시장 사이의 비중조정이 이루어질 경우, 국내시장이 간접적인 영향을 피하긴 힘들 것”이라 말했다.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2010~2015년께 베이비붐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는 우리 인구구조는 호재”라며 “국내수요가 국내 자산시장을 좀 더 떠받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다만 우리 가계의 금융자산 구조가 관건이다. 200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는 40대 초반을 정점으로 주식보유 비중이 가파르게 떨어진다. 50대 후반에 이르러 금융자산 보유가 정점에 이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체 자산의 85%를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탓이다. 이철용 엘지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국내 베이비붐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에 앞서 부동산시장과 여타 자산시장간 균형을 유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자산시장에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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