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1천원 어치 팔아 66원 남겨
올 상반기 국내 상장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이익 감소율이 매출 증가율의 2배를 넘는 등 유가 급등과 환율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울었다.
17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 집계를 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제조업체 539개사의 상반기 매출액은 307조3천억원으로 전년동기 보다 6.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0조2천억원, 순이익은 18조6천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3.2%, 13.7% 줄었다. 이에 따라 매출영업이익률은 6.56%로 전년동기보다 1.48% 포인트 감소했다. 1000원어치 물건을 팔면, 지난해 상반기엔 80원을 남겼지만 올해엔 66원밖에 못남겼다는 얘기다. 유가와 원자재 값이 올라 매출원가가 뛴 데다, 원화강세로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이 나빠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업은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86.2%에서 84.6%로 감소해 재무구조는 개선됐다. 반면 금융업은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영업수익)이 16.2% 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32.2%와 33.8% 증가했다. 부실자산 감소에 따라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줄어들고, 구조조정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향상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업은 특히 엘지카드 감자차익 결손보전 등으로 상반기 이익잉여금이 전년 말 대비 65.5% 증가한 11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종이·목재를 제외한 전 업종이 흑자를 기록했지만, 내수기업과 수출기업의 명암이 엇갈렸다. 건설·유통·음식료품 등 대표적 내수업종은 상반기 순이익이 각각 20.11%, 31.25%, 43.14% 증가했다. 그러나 수출업종인 전기전자는 영업이익이 12.15% 감소하는 바람에 순이익이 3.65% 늘어났을 뿐이고 자동차가 포함된 운수장비는 순이익이 7.89% 줄었다.
10대 재벌그룹(60개 상장사)도 상반기 총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6.2%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8.4% 감소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