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한국주식 팔기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가 본격화된 4월말 이후 외국인 순매도액이 1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3개월여 동안 주식을 순매수한 날은 단 열흘에 불과하다. 국적별로 보면 5월 이후 월 1조원 이상의 매도 행렬을 이어온 미국 자금이 외국인 매도세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쳐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우려가 가시면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계 자금 급감이 주원인=외국 자금 중 올들어 한국증시에서 가장 많이 팔아치운 곳은 영국이다. 영국계 자금은 6개월 내내 매달 2천억~9천억원대의 순매도에 나서 6월말까지 모두 3조3097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두번째로 많은 순매도를 기록한 싱가포르는 3월을 제외한 5개월 동안 매달 3천억~5천억원씩 순매도를 했다. 올 들어 누적 순매도 규모가 1조64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2년여간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는 장기투자 성향의 영국·싱가포르 자금의 매도세 보다는 5월 이후 급격히 순매도 규모를 늘려간 미국 자금의 유출이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올들어 4월까지 2조745억원 매수 우위였으나, 5월과 6월 무려 3조3608억원어치를 내다팔면서 외국인 매도 규모를 확대해왔다. 이밖에 룩셈부르크와 케이만아일랜드 국적의 자금도 4월까지 순매수세였다가 5월 이후 순매도로 돌아섰다. 반면 프랑스계 자금은 거의 유일하게 매달 순매수를 기록하며 올들어 2조2750억원 매수우위를 보이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이 핵심 변수=외국인의 ‘셀 코리아’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오는 8일(현지시각) 결정될 미국의 금리 인상 동결 여부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 월가에선 금리인상 가능성을 15% 미만으로 예상하는 등 금리인상 중단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외국인 매도세 둔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7월 중 한국 관련 미국 뮤추얼 펀드 주식 자금이 5~6월과 달리 순유출이 발생하지 않아 지금까지보다는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황영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8월에도 외국인 순매도 행진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대규모 외국인 순매도가 나타났던 지난 5월보다는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주식 매도의 주원인이 원화 강세에 따른 기업 수익성 악화 우려와 수출기업의 이익 감소라는 점에서, 미국·일본의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엔 강세가 외국인 매도세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건웅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2004년 10월 원화의 급격한 강세에 따라 외국인 매도가 추세적으로 시작됐다”며 “달러와 엔 강세가 정보기술과 자동차 등 한국 수출주에 긍정적 효과를 줘 외국인 매도세의 주원인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