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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증권업계 인수합병 본격화 움직임

등록 2006-07-31 19:48

SK증권·서울증권 등 중소형 대상 ‘물밑사냥’ 활발
“자본시장통합법 앞두고 헤쳐모여식 구조조정”
지난달 28일 에스케이증권 주가가 기업은행의 인수설로 8% 이상 뛰었다. 이날 기업은행은 엘아이지생명 등 2~3개 생명보험사를 대상으로 인수를 검토한 바 있으며 증권사 인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에스케이증권은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자신들이 다른 증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되던 증권업계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최근 들어 수면 위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증권업계 인수합병 움직임은 중소형사 중심으로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골든브릿지는 브릿지증권 매각설에 시달렸다. 지난해 브릿지증권 인수 때 빌린 자금을 갚으려고 전체 지분 중 10%를 매각한 것이 부풀려졌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서울증권을 둘러싼 한주흥산과 유진기업의 인수전도 열기를 더하고 있다. 서울증권의 최대주주로 한주흥산과 경영권 분쟁을 겪어온 강찬수 회장이 지난달 유진기업에 지분을 넘기기로 하면서 인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피데스증권을 인수한 흥국생명은 종합금융그룹을 목표로 증권사를 추가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앞서 1월 세종증권은 농협에 인수돼 엔에이치투자증권으로 변신하며 증권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쏴올렸다. 이밖에 증권사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대형 은행·금융지주들의 증권사 인수설도 끊임없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자기자본이 1천억~3천억원에 불과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당사자들의 ‘독자생존’ 주장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매각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증권업계 구조조정 본격화의 주요 배경으로는 현재 추진 중인 자본시장통합법이 꼽힌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온 은행업에 견줘 뒤떨어진 자본시장을 발전시킨다는 게 자본시장통합법의 취지다. 이 법이 현행대로 제정·시행될 경우 중소형 증권사들은 살아남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자본을 확충하고 능력을 키워 미국식 투자은행으로 가거나 특화 분야를 개발해 살아남는 방법밖에 없다. 국내 증권사들의 영업용 순자본 비율이 500%를 넘어서는 등 보유 현금이 많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개인 지배주주가 있어 인수합병의 필요성을 당장 느끼지는 못하지만,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극심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성훈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는 증권사들이 증권거래법에 따라 위탁매매, 주식인수 등 정해진 일만 하면서도, 몇년 시황이 좋지 않아 적자가 난다해도 충분히 버틸 수 있지만,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창의적으로 고민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으로 확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금융투자업으로 바뀔 증권업의 수익 구조는 다변화되는 반면, 은행·보험·증권의 벽은 그대로 유지되므로 은행·보험업계의 증권사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간 인수합병전에 앞서, 은행·보험 등 비증권 쪽의 증권업에 대한 ‘사냥’이 시작됐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금융투자업으로 바뀔 증권업은 운신의 폭이 넓어지지만 은행, 증권, 보험간의 전업주의 원칙은 유지되므로 은행이나 보험 쪽이 금융투자업 쪽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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