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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필진] 적립식 투자 혼자하기

등록 2006-06-30 13:43

간접투자 만능론의 함정

"개인의 직접투자는 매우 위험하므로 간접투자로 바꿔야 한다"

언론이나 증시 전문가들을 통해 귀가 따갑게 들어온 얘기다. 반은 맞는 얘기다.

개인의 주식투자는 특정 개별종목에 편향되기 쉽다. 정보의 비대칭성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주관이나 귀동냥을 통해 확신범이 되버려 몇몇 종목에 쉽게 올인한다. 지난 2000년 코스닥 광풍이 몰아칠때 잡주에 투자했다가 반토막은 기본이고 10분의 1토막 난 사례도 숱했다. 요즘은 개인들도 제법 블루칩에 많이 투자하지만 역시 추종매매의 성격이 강해 성적이 신통치 않다.

이때 기다렸다는 듯 일반투자자들의 쓰린 가슴에 찬 소주를 부으며 다가온 게 기관(증권,투신 등)이다. "간접투자하면 안전하게 큰 돈 벌 수 있다"라고 언론을 통해 끝없이 속삭여 마침내 구애에 성공했다. 간접투자란 뭔가. 펀드에 가입하라는 얘기다.

최근 1~2년새 기관들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펀드는 기본적으로 우량주 중심으로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하므로 개별종목에 대한 위험을 회피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증시 전체가 약세로 돌아서면 역시 손실을 면하기 어렵다. "간접투자로 바꿔라"는 말이 반은 틀린 이유다.

우량한 달걀만 골라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더라도 시장이 북새통이면 깨지게 마련이다. 고상한 말로 시장의 체계적 위험을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2000년 당시 '바이코리아'나 '박현주 시리즈'의 쓸쓸한 퇴장을 우린 아직 기억하고 있지않은가.

물론 요즘엔 선물과 파생상품을 활용해 리스크를 최소화했다고 선전하는 펀드도 많지만 양방향의 투자는 헤지효과가 클수록 그만큼 수익률 상승을 제약하게 된다. 주식의 매력은 고위험 고수익인데 저위험 저수익을 추구한다면 차라리 채권을 사거나 예금에 넣어두는 편이 낫다.


적립식 펀드 화해의 악수

펀드에 대한 개미들의 쓰디쓴 학습효과를 희석시키기위해 등장한 선수가 작년부터 뜨고 있는 적립식 펀드다. 매월 일정한 금액을 나눠서 불입하면 주가가 쌀 때 많은 물량을 사고 비쌀 때는 덜 사게 돼 매입단가가 하향 평준화된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의 종목선별이나 분산투자만으론 위험을 회피할 수 없다는 걸 비싼 수업료를 내고서야 배운 개미들에게 '시점의 분산'이란 카드로 다시 손을 내민 것이다. 이 논리는 마침 증시 대세상승과 맞물려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적립식 펀드는 금융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전에 보편화했고 국내에 이런 상품을 처음 시판한 곳은 HSBC(홍콩상하이은행) 한국 지점이다. 정기적금 대신 이젠 투자적금으로 갈아타야한다며 고군분투한 선구자였다. 그땐 신기하다는 듯 물끄러미 지켜만보던 국내기관들이 뒤늦게 과실을 따먹는 형국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적립식 펀드로 간접투자하면 되는가? 여전히 절반만 동의한다. 종목뿐만 아니라 시점의 분산으로 리스크를 회피하는 적립식 투자의 장점은 인정하지만 굳이 비싼 수수료를 내고 펀드에 가입해야 할 당위는 없다. 개인이 직접 적립식 투자를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1. 상장지수펀드(ETF) 매달 조금씩 사모으기

한국증시의 주가지수는 코스피(옛 종합주가지수)로 대표된다. 여기에 코스피 200이라는 지수도 있다. 유가증권시장(옛 거래소)의 종목중 시가총액과 업종 대표성을 기준으로 200개 종목의 주가를 가중평균해 산정한 지수다. 당연히 우량종목 위주로 구성돼있다.

이 지수를 따라가도록 설계된 펀드 2가지가 증시에 상장돼있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이중에서 KODEX200이 비교적 거래가 활발하다. 1주만 사도 우량주 200개에 분산투자하는 효과가 있어 종목 선택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개별종목의 위험을 없앤 인덱스 펀드인 것이다. 상장지수펀드에는 이외에도 코스닥을 포함한 대표적인 100개 종목의 주가지수를 따라가는 KRX100과 배당지수, 코스닥 스타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등 3종목이 더 있다. 또 반도체,자동차 등 특정산업에 속하는 종목들의 주가에 연동하는 섹터지수 펀드 등 8종목이 지난 27일 추가로 상장돼 거래되고있다. 업황에 밝다고 자신하는 사람을 제외하곤 전체시장을 복사하는데 충실한 KODEX200(종목번호 069500)이 여전히 투자대상으로 무난해 보인다.

이 ETF를 적립식 펀드에 주기적으로 입금하듯 사모으면 훌륭한 적립식 투자가 되고 자신은 멋진 펀드 매니저로 변신하는 것이다. 성장형 펀드가 시장지수 (여기선 ETF)의 수익률에 평균적으로 못미친다는 사실은 통계로 검증되고 있다. 사람의 판단이 시스템의 공학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일반펀드에 비해 비용면에서도 유리하다. 상장지수펀드도 운용보수란 게 있지만 0.3%~0.5%로 저렴한 데다 ETF 주가변동의 잣대인 순자산가치에서 이미 차감돼 실시간 반영되므로 실제 매매자가 따로 부담을 지지 않는 효과가 있다. 팔때는 거래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매매 수수료만 부담하면 된다. 수수료가 싼 동부, 키움, 미래에셋 증권을 이용하면 매수, 매도 수수료를 합쳐 0.05% 안팎만 부담하면 된다. 일반 적립식 펀드의 수수료가 2% 이상임을 감안하면 40분의 1도 안된다. 요즘 증권사 등에서 인터넷 가입을 전제로 수수료를 1% 밑으로 대폭 낮춘 인덱스 펀드를 잇달아 출시하는 것도 ETF와 비용면에서 경쟁이 안된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 일반펀드처럼 만기 개념이나 중도환매 수수료가 없어 자유롭다.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 요즘처럼 증시가 요동칠 때는 지수가 폭락하는 날 유심히 지켜보다가 장 종료직전 사들이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다.

반면 이런 장점이 단점으로 작용할 여지도 크다. 조금 평가차익이 생기면 팔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럴 경우 장기투자라는 적립식 펀드의 본질에서 탈선할 뿐만 아니라 잦은 매매로 수수료가 되레 많이 낭비될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이미 너무 올랐다고 판단해 매수를 주저할 수 있다. 이 역시 주가등락과 관계없이 주기적으로 꾸준히 사모은다는 적립식 투자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으로 장기적 수익을 얻는데 실패할 위험이 크므로 주의해야한다.

무엇보다 아무리 적립식이라 한들 주가가 하염없이 흘러내린다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의 체계적 위험에서 자유로운 투자는 없는 것이다. 이때는 애초 3년짜리로 잡았던 투자적금이라면 5년짜리로 롤오버하는 것과 같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2. 간접투자한다면 절세형 펀드로

증시를 잘 모르거나 시간이 없어서 직접투자가 곤란해 펀드에 가입해야한다면 절세형 펀드를 권한다. 장기주택마련펀드는 비과세에다 연간 납입액의 40%가 소득공제돼 직장인에 특히 유리하다. 최고 연 300만원까지 공제되므로 750만원을 매달 62만5천원씩 나눠 불입하면 연말정산때 보너스를 쥘 수 있다.

연금저축펀드는 연 300만원까지 불입액의 100%가 소득공제되므로 월 25만원짜리 적립식 펀드로 활용할 수 있다. 비과세는 아니지만 연금 수령시 5.5%로 저율과세하므로 시간가치를 감안하면 사실상 비과세에 가깝다.

이미 두 상품을 펀드가 아닌 은행권에 저축상품으로 가입해놓은 사람은 어떡할 것인가. 없는 돈에 적립식 펀드를 별도로 들어야하나? 그렇지 않다!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은 은행이든 증권사든 무한대로 가입할 수 있다. 분기별 300만원 한도내에서 복수의 통장을 개설 할 수 있다는 얘기다. A은행의 장기주택저축에 이미 가입한 사람도 예를 들어 A은행 상품에 분기별로 150만원만 불입하면 B증권사에서 새로 장기주택펀드를 만들어 150만원을 넣을 수 있다. 단, 올해부터는 기준시가가 3억이하인 25.7평이하 주택 소유자로 신규가입 요건이 강화됐으므로 자신이 여기에 해당되는지 확인해봐야한다.

연금저축은 복수개설이 가능함은 물론이고 아예 계좌를 이전할 수도 있다. 즉 A은행 연금상품을 통째로 B증권사 연금펀드로 이관해 올 수 있다. 당연히 기존에 납입했던 예금과 이자가 고스란히 옮겨온다. 다만 약간의 이전 수수료는 지불해야한다. 지금은 판매가 중단된 옛 개인연금도 계약이전이 가능하다.

이 두 펀드는 혼합형이 많다. 주식의 편입비율을 일정한도 이내로 제한하고 채권 투자나 대출 등에 운용을 하는 형태다. 만기가 긴 상품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 확보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공격적인 투자를 원하는 사람은 이들 펀드를 주식형으로 운용하는 금융기관을 찾아 가입하면 된다.

3. ETF+절세펀드 이상적 결합

ETF와 두 절세형 펀드에 금액을 적절히 나눠서 불입한다면 투자성향이나 기간배분 측면에서 이상적 믹스가 될 수 있다. 매월 100만원씩 저축한다면 성장형인 ETF를 3년짜리로 계획해 40만원, 안정형인 7년짜리 장기주택마련펀드와 10년짜리 연금저축펀드에 각각 30만원씩 배분하는 식으로 직접 자산운용을 합리적으로 설계해볼 수 있다.

한국증시의 풍향은 정권의 사이클과 맞물려왔다고 한다. "정권 말기에 사서 다음 정권 중기에 팔아라" 라는 말이 이번 참여정부와 차기 정부에도 맞아 떨어질 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지금이 2~3년 짧게 잡고 ETF 사모으기에 나설 적기가 될 것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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