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시점 주식가치 산정 비교
생보사 상장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는 시점에 때맞춰 동양생명이 자본금 확충을 위한 공모에 나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총 모집 주식수의 20%인 111만2천주가 개인에게 배정되어 21일 굿모닝, 우리, 동양증권을 통해 청약을 받는다. 일반 공모주와는 달리 증시에 바로 상장되지않는 데다 투자의 판단자료로 삼을만한 다른 생보사와의 비교 척도도 제시안돼 투자자들이 공모참여나 장외매수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면 투자판단의 실마리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 최근 비슷한 처지의 중소형 생보사들이 징검다리식으로 공모를 해왔다는 점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9월 미래에셋생명(옛 SK생명 이하 미생)이 공모증자 스타트를 끊었고 석달뒤인 작년말 금호생명(이하 금생)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지금 동양생명(이하 동생)이다. 먼저 공모당시 가격결정 요인을 상호비교하면 동생 공모가격의 실제 할인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또 현재시점의 3개 생보사 실적을 비교한다면 동생의 상대적인 가치를 추정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공모당시 3개 생보사의 유가증권신고서와 05년말 3분기(생보사 회계연도 기준은 4월~다음해 3월) 결산보고서를 뒤져 아래와 같은 비교표를 만들어보았다. 꼼꼼히 들여다보면 어느정도 해답은 나올 것으로 본다.
1. 공모시점 주식가치 산정 비교 (위의 표 참조) 공모시점이 서로 다르므로 3개사의 가치를 수평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시간이 갈수록 생보사의 재무구조와 실적이 나아져왔기때문에 절대수치의 차이보다는 가치 산정에 영향을 미친 기본요소들의 적용값 차이에 주목해 어느쪽이 더 평가가액을 짜게 매겼는 지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평가가액을 구성하는 3가지 항목의 가치 모두 동양생명이 가장 높다. 특히 보험계약을 통해 얻는 미래이익중 배당가능이익에 해당하는 계약가치는 두 회사에 비해 60%이상 높은 것으로 계산됐다. 또 미래와 금호는 보험이익에서 차감하는 지급여력금액의 기준 비율을 150%로,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기대수익률을 12%로 적용해 계약가치를 산정했는데 100%와 11%를 각각 적용한 미생에 비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계약가치는 향후 5년간 추정손익을 바탕으로 작성되기때문에 평가기관의 자의성이 개입될 여지가 커 객관적 비교자료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가수익배율(per)로 계산한 상대가치는 동생이 두회사에 비해 무려 2배이상 높다. 하지만 증시에 상장된 손보사들과 비교해 산정된 상대가치는 비교시점의 차이를 감안하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손보사 최근 주가가 미생이나 금생의 공모 당시 주가보다 크게 올랐기때문에 동생의 상대가치가 고평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미생과 금생의 per는 12~13이 적용됐는데 비해 동생은16이 넘는 배수가 곱해졌다. 따라서 평가가액에 대한 공모가격의 할인율도 동생이 36%로 외형상으론 가장 높지만 이러한 세부요인을 가감해 바라봐야한다. 두회사의 per를 평균해 동생의 상대가치를 구한뒤 평가가액을 재산정하면 11,503으로 9,000원인 공모가의 상대적 할인율은 27%로 낮아진다. 금생의 할인율과 거의 같아지는 것이다. 즉 동생의 공모가는 금생 공모가보다 싸지도 비싸지도 않게 책정된 걸로 보여진다. 2. 현재시점 (05년 3분기 누계) 주식가치 비교
이제 작년말 기준으로 돌아와 05년 3분기 누계 3개기업의 실적과 제반지표를 비교해보면 위표와 같다. (동생이 공모를 앞두고 4분기를 포함한 실적을 발표했지만 회계감사를 거치지않은 비공식 집계이고 다른 2개사와 상이한 회계기간으로 비교하는데 따른 편차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인용하지 않음) 매출은 3개기업이 약속이나 한듯 1조원대에서 엇비슷한 규모를 나타내고 있지만 순익이나 장부상 순자산가치(bps)는 동생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동생은 공모 주식수는 물론 한달뒤 전환우선주를 3자배정형태로 이번 공모주식수만큼 받게돼있는 보고펀드의 물량을 포함해 희석화시킨 주당가치란 점에서 상대적인 우위가 돋보인다. 미생 금생의 기준주가가 장외가격이란 한계는 있지만 동생의 공모가를 기준으로 per나 pbr을 비교해보면 미생 동생 금생 순으로 고평가돼있다. 동생의 공모가 9,000원은 미생의 주가에 비해 싸보이지만 금생과 비교하면 비싸다는 것이다. 단, 보고펀드의 추가지분 참여 물량을 제외하면 per측면에선 금생과 거의 비슷해진다. 계약자에 보험금을 지급하기위해 필요한 지급여력 기준으로는 금생, 자본잠식 탈피 측면에선 동생이 각각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미생이 매우 높은 장외시세를 형성하는 이유는 미래에셋 금융전문그룹의 시너지 효과와 변액,퇴직보험상품에 대한 선점 기대감을 시장이 높이 평가하고 있기때문으로 보인다. 동생의 경우 재벌계열사라는 후광이자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은 금생과 동일하지만 동양증권 동양캐피탈 등 만만치않은 금융그룹의 일원이란 강점도 겸비하고 있어 금생보다 높은 밸류를 줘도 무방할 것 같다. 따라서 현재 공모가는 적정한 수준으로 보이고 상승여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3.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투자자세로 올초 증권선물거래소에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가 발족하는 등 해묵은 상장논의가 다시 물위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상장차익의 계약자 배분문제 등 쟁점에 대한 업계와 시민단체의 시각차를 좁히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장이익 분배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소 생보사가 중기적으로 눈길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에 구체적 상장방안이 도출되고 실제 상장이 2~3년안에 이뤄질지, 또 기약없이 미뤄질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상장요건중 하나인 유보율 50%이상을 먼저 충족시킬 수 있는 업체가 어디일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럴려면 이익을 많이 내고 자본금을 많이 늘려 우선 자본잠식을 빨리 탈피해야 한다는 점에서 동생도 유력한 후보군의 하나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다만 보고펀드 대표인 변양호 전 재경부 국장이 구속되고 외환은행 헐값매각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는 점은 조금 부담스럽다. 토종사모펀드 1호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많지만 주요주주들인 기관들이 정치적 부담에 따라 발을 빼려한다면 투자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때문이다. 미생이나 금생의 학습효과로 인해 공모참여나 장외매수후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도 많을 듯하다. 그러나 거래절차의 복잡함과 상장시기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환금성이 떨어져 저평가될 수밖에 없는 장외 생보사 주식의 특성상 큰 기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장외주가 비교기준으론 동생의 공모가가 그다지 싼게 아니란 점은 앞에서 설명했다. 반면 공모 주간사가 상대가치의 대상으로 삼은 손보사들은 자보적자 등으로 수익성이 생보사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만약 금생, 동생 등이 지금 상장돼 이들 손보사의 주가수익배율을 적용받는다면 주가는 현재 기준가보다 2배 가까이 뛰어오를 수 있다. 물론 언제 상장될 지 모르고 상장시점의 증시 상황이나 생보업계 업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지 누가 알겠는가마는. 결국 공자말씀이지만 생명보험에 드는 자세로 생명보험 주식을 상장후까지 묻어둔다는 장기전략이 더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이미 미생, 금생 등을 충분히 쓸어담은 분은 굳이 동생까지 욕심부릴 필요는 없지않나 생각된다. 아무리 좋은 주식도 같은 업종만 한바구니에 담으면 깨질 위험이 커지기때문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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