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기 대출·무현금 서비스 부활
이익 보전위해 ‘눈가리고 아옹’
이익 보전위해 ‘눈가리고 아옹’
증권업계의 미수거래 자율규제 덕에 주식 거래 미수금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초단기 대출서비스를 도입해 고객들의 미수거래 기간을 늘려주고 있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수거래란 증권사에 예치한 현금과 주식을 담보로 외상으로 주식을 사는 것을 말한다.
30일 증권업협회 자료를 보면, 이달들어 26일까지 하루 평균 미수금액은 지난 1월 2조3479억원의 절반보다 적은 1조1428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대금 대비 미수금 비중도 5월 평균 20.6%로 연중 최고치인 1월20일 34.1%에 견줘 대폭 줄었다. 증권사 사장단이 지난 2월 증권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미수금 자율규제를 결의한 데 따른 결과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최근 미수거래 축소에 따른 이익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초단기 대출제도를 마련하는가 하면, 미수거래 자율규제의 근본취지까지 흔들 무현금 주식거래 서비스까지 부활시켰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지난 22일부터 미수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연 8.9% 이자율로 최장 5거래일까지 단기자금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메리츠증권도 같은날부터 연 9% 이자율로 최장 3거래일까지 반대매매 회피용 초단기 대출을 해주고 있다. 대신증권은 17일부터, 대우증권은 지난해부터 미수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각각 하루와 3일짜리 대출을 해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6일부터 ‘미수론 서비스’(대출기간 3일, 연 이자율 8%)를 도입해 고객이 보유 주식 대용가(전날 종가의 70%)의 최대 3.3배까지 주식을 살 수 있게 했다. 지난 2일 변경된 미수제도는 증권사들이 위탁증거금 중 현금비중을 50% 이상으로 유지하게 했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보유 주식의 대용가격만큼 자동으로 돈이 입금돼 현금 없이도 미수 거래가 가능하다.
미수 거래 이틀 뒤 초단기 대출로 매입대금을 결제하면 증권업협회가 산정하는 미수금에 잡히지 않는다. 겉으로는 미수금 규모가 줄어드는 듯 보이지만, 대출기간 만큼 미수거래 기간이 연장될 뿐이어서 단기 차입투자의 위험은 줄어들지 않는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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