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이후엔 떨어져
코오롱건설은 지난달 25일 시장 예상치보다 10.27% 높은 영업이익 270억원을 발표했다. 발표 당일 코오롱건설 종가는 1만6400원으로, 5거래일 동안 15.09% 급등한 상태였다. 좋은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그뒤 5거래일 동안에는 2.44% 하락했다.
상장기업 주가가 예상치 보다 좋은 실적이 공개되기도 전에 오른 뒤, 이후에는 되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주가에 큰 영향을 주는 경영실적이 공시 전에 미리 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뛰어넘은 37개 상장기업의 주가는 실적 발표 전 5거래일 동안 3.88% 올랐으나 발표 뒤 5거래일 동안은 0.57%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내 증권사 2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12월 결산 상장사 156개 가운데, 영업이익이 증권사 평균 추정치를 10% 이상 넘긴 경우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예상치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한 37개사 가운데 발표일 전 5거래일 동안 주가가 오른 곳은 28개, 내린 곳은 9개로 주가 상승 기업이 월등히 많았다. 반면 발표 뒤 5거래일 동안 주가가 오른 곳은 20개, 내린 곳은 17개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시가총액 2위인 국민은행도 실적 발표 전 미리 뛴 주가가 발표 뒤에는 주저앉았다. 국민은행은 지난 2일 장 마감 뒤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시장예상치보다 28.60%, 26.17% 높은 1조461억원과 802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적 공시 전 5거래일 동안 주가는 이미 9.14% 올랐고, 이후 5거래일 동안은 0.22% 떨어졌다.
공시에 앞서 실적 정보를 얻은 일부 투자자들은 미리 매입에 나서 이익을 얻고, 공식 실적발표에 따라 주식 투자를 하는 경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당 기업의 예상치를 넘는 실적 등 호재는 애널리스트나 언론사 기자들에게 미리 전해지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소수의 투자자들이 투자 정보를 미리 독점하는 상황이 주식시장의 실상”이라고 꼬집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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