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와 유럽 주요 증시가 동시에 급락세를 보이자 시장 전문가들은 '인플레 공포'를 한목소리로 끄집어냈다.
무엇보다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망했던 것보다 크게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 행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4월 CPI는 0.6% 뛰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핵심 CPI도 0.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월가에서 그동안 전망해온 0.5%와 0.2%를 상회하는 것이다.
CPI는 1월 0.7% 오른 이래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고, 핵심 CPI는 2개월 연속 0.3%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올해 1월-4월까지 CPI는 연율로 환산할 때 5.1%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의 3.4% 보다 크게 높았다. 핵심 CPI 역시 올들어 지금까지 3.0% 상승, 전년 동기의 2.2%를 상회했다. 물가흐름이 심상치 않은 단계에 돌입했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그러자 국제경제를 압박해온 유가 상승이 본격적으로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걱정이 잇따랐다. 가격 상승은 바로 연준이 긴축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준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했던 투자심리를 급속하게 얼어붙게 했다는 분석이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뉴욕의 다우지수는 이날 요동쳤다. 무려 214.28 포인트(1.88%) 하락한 1만1205.61로 마감됐다. 하락폭은 지난 2003년 3월 이후 3년만에 가장 컸고 하락률로는 지난 1월 이후 최대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33.33 포인트 (1.50%) 떨어진 2195.80으로 7일 연속 하락했다. 사흘 연속 연중 최저치를 경신한 나스닥 지수는 어느덧 올해 상승분을 모두 뱉어내며 6개월래 최저치로 주저 앉았다.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도 마찬가지로 21.77 포인트 (1.68%) 하락한 1270.31로 마감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등 주요 언론들은 물가지수가 예상 수준을 크게 상회하면서 인플레와 함께 금리인상 행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감이 더해지면서 증시를 흔들어놨다고 전했다.
유럽의 주요 증시도 사정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락률이 3%에 육박, 약 4년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범유럽 지수인 FTSE 유로퍼스트 300지수는 2.8% 하락한 1310.01을 기록했다. 지난 2월8일 이후 넉달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하락률은 지난 2002년 9월이후 가장 컸다.
또 다른 범유럽 지수인 다우존스 스톡스 600은 2.8% 내린 320.08을 기록해 지난 2003년 5월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두 지수는 5년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9일 이후 7% 가량 떨어졌다.
영국 증시의 FTSE 100지수는 170.70포인트(2.92%) 하락한 170.70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2002년 10월 이후 최대의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독일 증시의 DAX30지수도 199.20포인트(3.40%) 떨어진 5652.72, 프랑스 증시의 CAC40지수는 161.38포인트(3.18%) 내린 4920.31을 각각 기록했다.
이우탁 기자 lwt@yna.co.kr (서울=연합뉴스)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도 마찬가지로 21.77 포인트 (1.68%) 하락한 1270.31로 마감했다. <워싱턴포스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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