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강화·다각화 위한 목적
규제강화 앞 우회상장 봇물
규제강화 앞 우회상장 봇물
장외기업들이 사업 역량 강화와 새로운 시장 진출을 위해 상장·등록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반면 무자격 업체들이 부실한 상장·코스닥 기업을 인수합병해서 ‘무임승차’식으로 상장·등록하는 편법사례도 올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을 종합하면, 플라스틱 기술업체인 제이엠피는 최근 컨소시엄을 꾸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알루미늄 섀시 제조업체인 남선알미늄을 인수했다. 또 컨소시엄에 참여한 셋톱박스 업체와 디지털 안테나 기술 업체를 계열사로 통합하기도 했다. 플라스틱 분야에서 금속·비철금속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넓혀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한편, 셋톱박스 부문까지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려는 전략에서다. 최근 벤처캐피탈 튜브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된 애니메이션 업체 선우엔터테인먼트는, 알루미늄 철도차량 부품 제작업체인 동양에이앤아이를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또 로봇업체인 독일 로보워치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회사이름도 디유(dU)하이텍으로 바꿨다. 애니메이션과 로봇 사업을 양대 축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업종 내 합병을 통한 신규사업 모색도 활발하다. 바이오업체 리젠은 최근 인공장기 개발을 목표로 유전자치료제 업체 툴젠과 단백질의약품 업체 팬젠을 인수했다. 초정밀가공업체인 엔투에이는 자사의 휴대전화 렌즈 금형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엘시디 모듈 기술을 보유한 하이쎌의 경영권을 인수해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
그러나 사업 역량강화·다각화를 위한 긍정적 측면의 인수합병 움직임과는 별도로, 올들어 코스닥 시장 우회상장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선물거래소 공시를 보면, 올들어 이달 4일까지 코스닥 시장 우회상장 건수는 모두 37건(공시일 기준)으로 월 평균 9.3건이었다. 지난해 67건, 월 평균 5.6건에 견줘 65.8% 급증한 것이다. 우회상장을 계획 중이던 업체들이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 강화안이 시행되기 전 앞당겨 우회상장에 나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가 된 우회상장은 등록심사를 통과하지 않은 장외 기업이 망하기 직전인 등록 기업을 인수해 ‘뒷문’으로 코스닥에 등록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정착 퇴출돼야 할 기업은 살아 남고, 등록심사도 거치지 않은 또 다른 문제 기업이 증시에 들어오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우회상장 업체는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체들이 많았으나 최근엔 식품, 여행 업체 등으로 퍼지는 추세다.
금융감독당국은 우회상장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무분별한 우회상장 방지를 위한 보완책 최종안을 9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안에는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한 공시 의무 강화, 정확한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복수평가제도 도입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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