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지배구조 잣대로 투자 장기전망 밝아 미·유럽 활발
국내는 기준맞는 종목 부족 펀드 구성 차별화 어려워
국내는 기준맞는 종목 부족 펀드 구성 차별화 어려워
기업 실적에 앞서 환경적·사회적 가치와 기업지배구조를 고려해 투자하겠다고 하면, “투자가 사회운동이냐”며 고개를 갸우뚱 할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21세기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사회책임투자’(SRI)다. 금융선진국에서 이미 본궤도에 들어선 사회책임투자에,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러나 사회책임투자 대상이 될만한 기업이 부족한 탓에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한국에도 바람 부나?=에스에이치자산운용이 지난해 11월 최초 설정한 ‘탑스아름다운펀드’가 국내의 대표적인 사회책임투자 펀드다.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를 고려해 투자 기업을 선정하고, 운용사 보수의 1.2%를 기금으로 만들어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한다. 농협시에이투신도 이달 말 사회책임투자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또 현재 자금을 모으고 있는 ‘장하성 펀드’도 마찬가지다. ‘탑스아름다운펀드’는 현재 수탁액 800억원에 수익률 17.5%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앞서 한국 최초의 사회책임투자 펀드로, 환경친화 기업을 투자대상으로 2001년 출시한 삼성투신운용의 ‘에코펀드’나, 씨제이투자증권이 2003년 선보인 ‘사회책임투자 MMF’도 있었다.
외국은 이미 대세=전세계적으로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이미 3천조원에 이른다. 미국은 전체 펀드 가운데 15%인 2300조원이 사회책임투자 펀드다. 유럽의 경우 사회책임투자 펀드가 390조원(12%)에 달한다. 1999년 사회책임펀드가 도입된 일본은 사회책임펀드가 11개로 늘어나며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달 27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네덜란드공무원연금, 뉴욕교원연금, 영국대학교원연금 등 30여 세계 유수의 연기금 기관장들이 모여, 투자 결정 때 대상기업의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를 고려하는 것을 뼈대로 한 ‘사회책임투자 원칙’을 발표하고 서명했다. 사회책임투자의 배경이 되는 인권·노동·환경·반부패 등 기업활동 10대 원칙 선언(글로벌 컴팩트)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제안했고, 지난 1월말 현재 이 원칙에 동의·가입한 세계 기업은 2772개에 이른다.
갈 길 먼 한국=금융선진국에서 사회책임투자가 힘을 받는 이유는, 투자대상 기업의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측면을 따지는 것이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인식 측면에서 걸음마 단계이며, 사회책임투자가 발전할 텃밭도 온전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지난해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글로벌 컴팩트 가입을 제안했으나 거부당했다. 이 원칙이 국내 1위 재벌그룹인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상충되는 탓이다.
사회책임 경영 원칙에 충실한 기업이 많지 않다보니, 사회책임투자 펀드의 포트폴리오가 차별적이기도 어렵다. ‘탑스아름다운펀드’의 주요 투자종목은 삼성전자, 유한양행, 에스케이텔레콤, 한국전력, 태평양, 지에스건설 등이다. 유한양행 등을 빼면 종목 차별화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최초 사회책임투자 펀드인 ‘에코펀드’나 ‘사회책임투자 MMF’는 이미 유명무실해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를 고려해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르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뛰어난 기업이 장기적으로 발전한다는 원칙을 투자자들은 물론 기업 경영자들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를 고려해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르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뛰어난 기업이 장기적으로 발전한다는 원칙을 투자자들은 물론 기업 경영자들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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