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7일째 상승세…“지배구조 개선되면 되레 호재”
검찰이 현대차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돌입했음에도, 현대차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여 눈길을 모으고 있다. 과거 엘지·에스케이 등 다른 재벌그룹의 비자금 사건이 터졌을 때, 해당기업 주가가 급락한 뒤 상당기간 회복되지 못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5일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3.41%(2900원) 오른 8만8천원으로 마감했다. 글로비스 등 계열사의 압수수색 직전인 3월24일의 주가 8만1400원과 비교하면 8.11%나 올랐다. 압수수색 다음날인 3월27일 7만9300원까지 급락했으나, 다음날부터 바로 오름세로 돌아섰다. 그것까지 감안하면 최근 단기상승률은 10.97%에 이른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3월24일 2만400원이던 주가는 3월27일 1만9950원, 3월29일 1만9900원까지 떨어졌지만 그 뒤 5일 연속 올라 이날 종가는 2만1200원이었다. 3월29일과 견주면 상승율은 6.53%에 이른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던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도 단기 바닥점과 견줘, 각각 14.61%, 15.76%나 급등했다.
이는 과거 재벌 비자금 사건의 경우 해당기업 주가가 상당기간 큰 폭으로 떨어졌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엘지그룹 비자금 사건이 터졌던 지난 2003년 11월 엘지홈쇼핑(현 지에스홈쇼핑)의 주가는 6만1천원에서 5만5천원까지 떨어졌고, 회복되는 데 20여일이나 걸렸다. 엘지생활건강 주가는 당시 3만7348원에서 3만284원까지 급락했다가, 이듬해인 2004년 1월20일에야 제자리를 찾았다. 2003년 3월 에스케이그룹이 비자금 사건 수사를 받을 때도, 에스케이㈜ 주가는 1만2050원에서 6130원까지 반토막이 났다가 한달여 뒤에야 회복됐다. 에스케이씨 주가도 8천원에서 4425원으로 폭락했고, 회복하는 데는 석달이 넘게 걸렸다.
그럼 이번 현대차그룹의 경우는 무엇이 다른 걸까? 비자금 수사 확대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주가가 꿋꿋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시장이 재벌총수와 해당 기업을 구분해서 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최고경영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를 계기로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면 경영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문제도 어차피 나올 것이 나왔다는 반응이다. 용대인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검찰수사가 현대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검찰수사에 이어 노사분규 등의 영향을 받더라도 오히려 이런 요소들이 지난 뒤엔 상승탄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도 “검찰수사가 현대차 영업에 본질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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