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기상도가 다시 `맑음'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네 차례의 1,300선 테스트를 거쳐 전날까지 9일 연속 상승의 시작 당시만 하더라도 '지지선 확인에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여겨졌던 지수의 움직임이 5일 오전 시장에서 한때 1,400선 목전까지 다가서면서 낙관론자들의 목소리가 부쩍 힘을 얻고 있다.
◆ 외국인 '사자', 낸드 반등.."분위기 좋다" = 1,400선 재등정의 기대감을 키우는 핵심 요인의 하나는 외국인들의 심상찮은 '사자' 움직임이다.
지난달 23일 연속 상승세가 시작된 이후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이날 오전 11시 현재 1조2천억원선을 웃돌고 있다.
특히 주가가 꿋꿋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환율,유가 등 외부변수의 움직임이 결코 긍정적이지 못함에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이전과는 차별화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그간 미국 뮤추얼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어느 때보다 활발했던 것과 달리,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에서 매도세를 보였던 것은 유가,환율,금리 등의 변동에 반응했던 헤지펀드들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변덕스런 '투기세력'이 물러나고 한국 등 이미징마켓의 우량주식을 꾸준히 매수하는 '정석투자'가 외국인 매수세력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증시의 안정적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외국인의 한국증시 투자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기술주에 희미하나마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분위기 반전의 요인으로 꼽힌다.
대만의 온라인 반도체 중개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기만 하던 낸드 플래시 메모리가 지난 3일 2기가비트 제품이 10.59% 급등한 데 이어 전날 다시 8.62% 급등, 낸드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UBS가 "수요회복이 아니라 공급부족과 재고확보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규정했지만 낸드 플래시의 반등에 힘입어 삼성전자[005930]가 5일 오전 시장에서 장중 66만원선을 회복하는 등 시장의 분위기를 바꿔놓기에는 충분한 재료였다.
미래에셋증권 심재엽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쌍바닥을 그린 후 상승 반전하는 모습은 의미있게 봐야 할 부분"이라며 "IT 업황의 개선시점은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지만 실적부진의 주가반영은 상당부분 이뤄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기관장세에서 IT등 대형주가 선두로한 지수 견인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고 진단했다.
교보증권 박영태 리서치센터장도 "기대 이상인 3월 수출동향과 글로벌 경기선행지수의 상승사이클 지속 등을 감안할 때 연중 저점확인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2.4분기중 국내 증시는 고점 돌파와 함께 상승추세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달리는 말에 타긴 해야 하는데.." = 반등국면이 이어지면서 상승흐름에 가담하는 업종,종목의 범위도 확산되며 매수 대안을 늘려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증시 관계자들은 지난해와 같은 '무차별 매수'가 통할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하에 선별적 매수전략을 권하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애널리스트는 그간 시세의 버팀목이었던 은행주를 시작으로 증권.보험주의 강세, 기술주와 자동차주의 하방경직성 등에 주목하며 "실적의 가시성, 전방산업 호전에 따른 수혜, 자산가치 재평가, 코스닥내의 옥석 가리기가 현 장세의 투자 테마로, 이에 해당하는 종목의 매수후 보유전략을 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대감이 커지는 장세흐름속에서도 2.4분기중 넘어야 할 '산'을 염두에 둘 것을 권유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
대신증권 성진경 애널리스트는 "주가 상승의 이면에는 환율, 금리 등 시장위험이 내포돼있다"고 분석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외국인들이 금리상승에 따른 주식의 매력감소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이 증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울러 기업실적을 갉아먹었던 원화강세가 1.4분기 실적발표 시기를 앞두고 다시 진행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수출관련주의 2.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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