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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경영진 배 불리는 이기적 행위”…미국, 자사주 매입 칼빼들었다

등록 2022-08-10 16:33수정 2022-08-11 02:49

척 슈머 미국 상원의원. AP 연합뉴스
척 슈머 미국 상원의원. AP 연합뉴스
미국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에 제동을 걸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회삿돈을 자사주 사는 데 쓰지 말고 대신 신사업과 고용에 투자하라는 취지인데, 글로벌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관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0일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가 낸 자료를 보면, 위원회는 “자사주 매입에 매긴 세금은 기업들이 주주가치를 우선시하기보다 인력과 성장에 투자하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상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거래소에 상장된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연간 100만달러를 넘는 경우 이에 1% 세금을 부과하는 조항이 들어있다. 기존에 발의돼 있던 ‘자사주 매입 책임법’을 수정해서 포함시킨 것이다.

미국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기업 임원들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의 성과보상 제도가 보편적인 미국의 경우, 임원이 받는 보수가 주가와 보다 직접적으로 연동돼 있는 탓이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면 임원들이 그만큼 돈을 더 많이 받아갈 수 있는 구조다. 유통주식 수가 줄어들어 임원들의 성과지표로 활용되는 주당순이익(EPS)이 오르는 효과도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는 주주환원정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많았다. 장기 투자를 하는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을 통한 단기적인 주가 부양이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고용을 늘리는 데 쓸 수 있는 회삿돈은 줄어들기 때문에 비판이 높았다. 척 슈머 상원의원은 법안 통과 직후 “자사주 매입은 미국 기업이 하는 가장 이기적인 행위 중 하나”라고 말했을 정도다.

크게 불어난 자사주 매입 규모도 논란거리였다. 2009∼2018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은 순이익의 52%인 4조3천억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 개편(TCJA)으로 법인세가 크게 줄어든 2018년 전후로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감세가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보다는 임원 보수만 불려줬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2017년 기업들에 서한을 보내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있다”며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와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자사주 매입을 장려하는 정책이 주로 활용돼왔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3월에 이어 올해 7월에도 시장 안정화의 일환으로 상장사의 일일 자사주 매수주문 수량 한도를 늘리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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