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앤지-아이칸 경영권 대결 촉각
국민연금기금 등 기관 이익실현 위해 적극참여
국민연금기금 등 기관 이익실현 위해 적극참여
오늘부터 주총시즌
23일부터 12월 결산법인들의 정기주주총회가 본격적으로 열린다.(표 참조) 올해 주총에선 케이티앤지와 외국자본인 칼 아이칸의 경영권을 둘러싼 표 대결에 가장 많은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기금과 투신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주주이익 실현을 목표로 이번 주총에 적극 참여한다. 대신 주요 대기업 주총에 참여해 소액주주 보호와 경영투명성 제고 등을 요구해온 참여연대는 불참할 계획이다. 외국인 지분이 많은 기업들은 당장 직접적인 경영권 위협이 없더라도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한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소매걷는 기관투자가들=지난해말 기준으로 20조원을 500여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큰 손’ 국민연금기금은 올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계획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말 이를 위해 이미 의결권 행사 지침과 세부기준을 마련했다. 원칙적으로 사외이사 비중을 낮추거나, 이사회 참석률이 60% 미만인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것에는 반대하기로 했다. 또 집중투표제 배제, 신주우선인수권 약화 시도 등에도 반대할 계획이다. 펀드 수탁고가 늘어난 기관투자자들도 올해 본격적으로 주총에 참여한다. 지난해말 기관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기업은 유가증권과 코스닥을 합쳐 327개사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기관투자자들의 의견이 이미 주총안건에 많이 반영돼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춘수 대한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주주 이익이 무시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주주들의 동의를 미리 구하는 추세”라며 “주주 권익에 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내고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도전에 눈길=다음달 17일 주총이 열리는 케이티앤지는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칼 아이칸과 한판승부를 벌인다. 케이티앤지뿐 아니라, 외국계 투자자가 지분 5% 이상을 확보한 기업은 유가증권과 코스닥을 합쳐 모두 450개사에 이른다. 이 중 ‘경영참가’를 투자 목적으로 명시한 회사만 109개사다. 특히 24일 주총을 앞둔 포스코, 국민은행(3월24일), 케이티(3월10일) 등 5% 이상 지분을 가진 외국인 주주가 2명 이상인 대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고배당 요구 등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사실상 케이티앤지와 같은 직접적인 경영권 도전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쪽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투자수익률이 상당히 높은데다 배당 또한 많이 하고 지배구조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외국인 주주와의 경영권 다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전략 변경=참여연대는 올해 주총 불참을 선언했다. 참여연대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이미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2002년부터는 새로운 이슈가 제기된 기업의 주총에만 참석해왔다면서 올해엔 새 이슈가 없다는 설명이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올해 삼성전자의 경우 과거 문제와는 별도로 새로이 제기된 이슈가 없고, 에스케이도 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초래할 수 있는 정관 개정안 상정을 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해, 주총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기업 지배구조개선운동의 주된 활동 방법은 형사 고발과 민사 소송, 입법운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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