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보유지분 안판다”더니… 상장하자마자 매각
“미수금 제도 문제있다”더니… 주식 외상거래 조장
“미수금 제도 문제있다”더니… 주식 외상거래 조장
지난 15일 주식을 상장한 뒤 한참 ‘잘 나가는’ 미래에셋증권이 도덕성 논란에 빠졌다.
상장 뒤 임직원 보유 지분을 팔지 않겠다며 신탁을 결의하기 직전 미래에셋그룹 일부 임원이 보유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드러난데 이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최근 증권업계의 미수 거래 관행을 비판했음에도 현금 없이 주식거래가 가능한 증거금 제도를 미래에셋증권이 운용하고 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 등 임원들은 지난 17일 ‘자율결의’를 통해 각자가 보유한 지분을 유가증권신탁에 맡겨 1년간 매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직원 보유주식의 매물 출회로 주가가 떨어질 것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20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보면, 상장 당일인 15일부터 결의 직전인 17일 오전까지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과 정상기 맵스자산운용 대표, 김병윤 미래에셋증권 부사장 등 모두 8명의 경영진들은 지분의 상당량을 매각했다. 구 사장과 정 대표는 각각 1만2400주와 1만1500주를, 일부 임원들은 보유 지분 전체를 팔았다.
또 증권업계가 미수금 규모 축소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이 미수금 확대를 유발할 수 있는 증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달 증시 폭락 때 박현주 회장이 증권업계의 미수금 운용행태에 그 원인이 있다고 비판한 바 있어, 일부에서는 스스로 미수거래를 조장해놓고 미수거래 축소에 앞장서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고객이 주식을 살 때 최소한의 현금을 요구하고 있으나 미래에셋증권에선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현금 없이도 미수 거래를 이용할 수 있다. 미수거래란 주식매매대금의 일부를 위탁증거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외상으로 사는 것을 말한다. 다른 증권사들은 대부분 증거금의 25~50% 이상을 현금으로 요구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특허를 받은 이런 독특한 증거금 제도 덕에, 주식 위탁매매 부문 시장점유율에 견줘 미수금 규모가 큰 편이다.
이기동 미래에셋 홍보팀장은 “지난 2000년 대출을 받아 지분을 받은 일부 임원들이 오랜 시간이 흐른 탓에 개인적인 자금필요 등 불가피한 이유로 지분을 매각했으나, 신탁 결의 전 이 사실을 미리 공시하지 못해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팀장은 “다른 증권사 고객들도 우량주식을 담보로 현금을 만들어 미수거래를 하는데, 무현금 증거금 제도는 이런 단계를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증거금을 모두 현금으로 내는 100% 증거금률 종목의 숫자를 늘리는 등 미수금 규모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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