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호영 네오펙트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기업설명회를 하고 있다. 네오펙트 제공
“와이프에게 말했어요. (상장하면) 혹시 돈이 필요할 때 주식담보대출 받는 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고.” ‘코스닥 상장을 해서 그동안 고생을 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겠다’라고 했더니 시큰둥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재활의료기기 업체 네오펙트의 반호영 대표는 “공모를 하면 창업주 지분이 희석이 돼 좋진 않다. 사업을 계속할 생각인데 달라질 게 없다”고 손을 저었다.
12일 네오펙트가 서울 여의도에서 기업공개(IPO) 관련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반 대표를 만났다.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에서 한 구석에 부스를 열고 제품을 소개하던 그는 이제 코스닥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네오펙트는 뇌졸중·치매 등 신경계 질환 환자를 위한 재활 기기와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다. 반 대표는 “브이씨(VC·벤처캐피탈) 투자와 상장 두 가지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브이씨 투자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상장을 하면 미국 시장에서 더 인정을 받을 수 있어 앞으로 닥칠 경쟁에 대비해 자본시장에 들어가야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직 수익이 나지 않는 네오펙트는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과 성장성이 우수하다면 코스닥 상장요건에 충족하지 않더라도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특별한 제도지만, 상장 이후 보호예수가 풀리면 대주주가 주식을 팔아 현금을 만드는 통로로 이용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반 대표는 상장을 통해 ‘엑시트’(출구전략으로 그동안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를 하려는 생각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뇌졸중을 치료하는데) 소명의식이 있다.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일 때 아버지와 큰아버지를 뇌졸중으로 잃었다. 재무책임자인 이동훈 이사는 “환자들이 (의료기기) 회사의 공신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상장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네오펙트 제품의 장점은 재미에 있다. 환자들이 반복훈련으로만 재활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스마트글러브를 끼고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환자에 따라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도 특징이다. 병원에 가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드는 장점도 있다.
벤처기업에서 상장까지 온 반 대표에게 가장 힘들었던 게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남들이 해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게 힘들었다. 따라가면 쉬운데 우리가 가는 길이 정답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정부가 계속해서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쏟아내고 있는 것과 달리 “정부 지원은 많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문제점은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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