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00스타트업스’ CFO 폴 유 인터뷰
전세계 180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 경험
“영업이익 보다 매출 증대 등 성장 중요”
“정부 투자 대신 규제완화 사업 기회를”
전세계 180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 경험
“영업이익 보다 매출 증대 등 성장 중요”
“정부 투자 대신 규제완화 사업 기회를”
‘창조경제’는 사라졌다. 그러나 창업이나 스타트업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질문이 남는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부터 초기 벤처기업인 스타트업 창업 지원을 위해 대기업과 손잡고 전국 각지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웠다. 5월에 치러질 대통령선거 뒤에는 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계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방 센터 개소식마다 찾아다닌 손때가 남아있는데, 다음 정부가 이것을 계속 유지하자니 꺼림칙하고 기업도 손을 털고 싶은 마음이 크다.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새로운 기업이 계속 나오는게 중요하다. 특히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인 한국에서 유망한 스타트업을 키우는 것은 경제 생태계를 다양화하는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불투명한 미래에서 보듯 정부가 주도하는 스타트업 창업 지원 모델은 각종 게이트 연루 의혹과 함께 꼬여버렸다. 정부가 직접 지원한다는 시작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해야했던 것일까.
세계 각지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초기 사업 지원을 하는 곳으로 유명한 미국의 ‘500스타트업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폴 유를 지난 28일 만났다. 유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행사에 강연자로 나서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500스타트업스는 세계 1800여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2015년엔 김치펀드를 만들어 한국에서도 28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유는 그동안 투자한 수많은 스타트업이 망하고 흥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는 정부가 스타트업에 직접 돈을 지원하기 보다 규제완화 등 사업 기회를 만들어 주는 방식을 이야기했고, 학력과 성별보다 사람을 먼저보는 투자가 중요하다고 했다.
-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80%가 실패한다고 말했다. 500스타트업스가 투자한 곳의 성공률은 이보다 높은가?
“500스타트업스의 투자 철학이 있다. 아주 초기 기업에 작은 액수로 많은 곳에 투자한다. 누가 나중에 잘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훨씬 더 많은 곳에 투자하다보니 숫자로만 보면 다른 벤처캐피탈(VC)에 견줘 퍼센트(%)로 따지면 성공률이 더 적을 수는 있다.
- 스타트업에 투자를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서비스나 상품인가 사람인가?
“사람이 넘버 원이다. 투자할 곳의 사람을 만나 배경을 보지만 그 사람이 얼마나 교육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교육 보다 창업에 대한 경험, 자세, 리더십 등을 본 뒤에야 사업의 아이템이나 모델을 본다. 우리는 아주 초기에 투자할 회사를 보기 때문에 게임을 바꿀, 폭발적으로 성장할 기업을 찾는다. 그러면 사람이 중요하다.”
- 사람은 한번의 면담이나 서류로는 확인하기 어렵지 않나?
“투자를 받을 스타트업을 볼때, 그곳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팔리고 있는 상황에서 확인한다. 지금의 매출에 다다를때까지 회사가 어떤 리더십으로 왔는지 비전이 뭔지 본다. 또 벤처캐피탈 커뮤니티가 작아서 그 회사의 사람들과 일해봤냐고 물어보면 피드백을 받을 곳이 나온다. 스몰 월드다.”
폴 유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강연에서 스타트업이 실패를 피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경험을 전했다.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매출 증대를 꾀하라 △자존심을 세우지 말고 마케팅이나 영업, 채용 등이 어려우면 도움을 청하라 △한 푼 아끼려다 큰 돈 잃는다. 유는 “벤처캐피탈은 스타트업이 얼마나 돈을 버는지 이익에는 관심이 없고 소비자가 좋아하는 서비스를 만드는지 관심이 많다”며 “매출 증대와 성장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투자받은 돈을 아낀다며 “나에게 ‘금요일 저녁에 팀원들과 피자 두판을 먹어도 되냐’고 물어본 스타트업이 있었다. 나는 ‘와이 낫(그럼요)’이라고 했다. 회사의 분위기를 좋게하는데 인색하게 굴지 말라”고 덧붙였다.
- 은행들은 벤처에 투자하는 위험을 감수하는데 보수적이다. 500스타트업스에 투자금을 대는 은행은 덜 보수적인가?
“펀드마다 투자받는 소스가 다 다르다. 은행이 투자하는 경우도 있고, 해외 국가가 하는 곳도 있다. 미국 정부는 스타트업 펀드에 투자하지 않는다. 500스타트업은 워낙에 실험적이고 위험이 큰 벤처캐피탈이다 보니 처음엔 부자들이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점점 유명해지고 성공하니까 해외 국가들도 ‘우리가 투자할테니 우리나라 스타트업을 봐줘’라고 찾아온다. 은행은 리스크를 좋아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이 너무 성공하다보니 은행들이 테스트 차원에서 적은 돈으로 투자를 하는 경우는 있다. 그 외에는 ‘실리콘밸리 은행’이라고 굉장히 유명한 은행이 있다. 그 은행의 경우에는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수익을 얻는 게 아니라, 투자한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해서 고객이 되길 기대하며 투자를 한다.”
- 은행이나 투자자들이 투자자금을 빨리 회수하자고 요구를 하지 않나
“펀드는 최소한 10년이다. 기본적으로 10년을 기다려야 해서 위험을 고객들에게 미리 고지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 한국은 벤처 지원을 위한 모태펀드 등에 정부 지원이 들어간다. 미국은 민간 벤처캐피탈로도 투자가 충분한가
“미국 정부가 스타트업에 직접 돈을 투자하는 경우는 없다. 한국은 독특한 경우다. 미국에선 벤처 생태계가 기업에 달려있다. 미국 스타트업이 한국 스타트업보다 경쟁력이 강한 것은 아니다. 실리콘밸리는 똑똑한 사람도 많고, 돈도 많고, 돈을 벌겠다는 욕망이 강하다. 미국 사람들은 여윳돈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돈을 벌 수 있는 매력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500스타트업스는 전자결제 회사 페이팔의 마케팅 디렉처 출신인 데이브 맥클루어가 2010년 만든 회사다. 페이팔이 실리콘밸리에서 크게 성공한 뒤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은 투자와 창업에 있어 튼튼한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페이팔 마피아’로까지 불리웠다. 500스타트업스는 스타트업에 투자한 뒤 피 투자회사의 지분을 가지며, 프로그램 참가 수수료도 받아 사업을 한다.
- 공공부문의 투자를 중요하게 언급한 <기업가형 국가>란 책을 보면, 실리콘밸리의 성공은 클린턴 정부 시절에 인터넷 등 과학기술에 대한 많은 투자가 있었고, 그 과실을 벤처캐피탈이 가져갔다고 서술한다. 이런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0여년이 내 커리어인데, 처음에는 부시 행정부라서(하하). 클린턴 행정부가 했다기 보다 미국에는 돈이 많은 사람과 똑똑한 사람이 굉장히 많다. 돈과 똑똑한 사람이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성장시키는 주요한 원동력이다. 한국을 포함해 신흥국에서도 똑똑한 사람은 창업을 해서 자신의 인생을 편하게 하고 싶은 이가 많고, 돈이 많은 사람도 돈을 벌고 싶어한다. 그게 원동력이다.”
- 미국 정부가 투자한 펀드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영향을 주나?
“미국 정부의 펀드는 영향력이 없다. 큰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세금에 대한 정책, 규제 완화 등이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향이다. 돈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이쪽은 투자자가 미국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투자할 사람이 많다.”
- 그런 여건이 되지 않는 한국의 경우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미래에 중점을 맞추는 것은 한국에게 있어 중요하다. 이미 한국은 인터넷이나 다른 인프라 기반은 세계적 수준이다.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것은 좋은 시작일 수 있다. 정부는 투자자를 키우고, 투자자들에게 위험에 대해 고지하면서도 왜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알려야 한다.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좋지 않을까. 실리콘밸리는 그렇게 하고 있다.”
- 미국 정부가 창업자를 위한 세금 감면이나 규제 완화 등을 하는 변화를 본 적 있나?
“재미있는 예가 있다. 불법이었던 마리화나가 2017년에 합법화됐다. 그래서 많은 스타트업이 시작됐다. ‘우버 포 마리화나’ 같은 서비스는 마리화나를 배달해준다. 약처럼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정부는 규제를 풀어서 많은 서비스와 시장이 생겨나게 할 수 있다. 마리화나는 하나의 예이지만 정부는 많은 것을 바꿔서 성장을 돕거나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성남/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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