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기로 빌라 수백채를 갖고 있는 임대사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한 피해자가 서울 종로의 전셋집에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임대인을 대신해 임차인에게 공적 재원으로 지급한 전세보증금이 최근 5년 동안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허그)에서 제출받은 시·도별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현황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건수는 5453건으로 사고금액은 1조915억원에 달했다. 2016년 27건(34억원), 2017년 33건(74억6천만원)에 불과했던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보험 가입자가 늘어나는 등의 원인으로 2018년 372건(792억원)으로 급증했으며 2019년 1630건(3442억5천만원), 2020년 2408건(4682억3천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 들어서는 5월까지 983건(1889억6천만원)이다.
사고의 대다수는 대체로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전체 5453건 가운데 서울·인천·경기에서 발생한 사고가 4193건으로 77%를 차지했으며 사고금액은 9144억원으로 전체 사고금액 1조915억원 가운데 84%를 차지했다. 전세가격이 높은 수도권의 특성 상 사고금액 비중이 더 높았다.
다만 수도권 중에서도 전세보증금 반환 능력이 떨어지는 한계 임대인들은 서울과 경기에 몰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미반환 사고는 1816건으로 17개 시·도 중 가장 많았으며 반환 전세보증금 금액도 3933억67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 1706건(3849억5200만원)으로 서울 수준에 육박했다. 인천은 671건(1315억9400만원)으로 서울·경기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양 의원은 “전세보증금 사고는 전 재산을 잃는 거나 다름없다”며 “연간 수천건 발생하는 전세보증금 사고에 대해 정부는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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