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상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왼쪽 두번째)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7차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은숙 부산진구청장, 김수상 실장, 조재구 대구 남구청장,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연합뉴스
2·4 대책의 핵심 공급유형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서 후보지 선정 40여일 만에 정식 지구 지정 요건인 ‘주민동의율 3분의 2’를 충족한 구역이 나왔다. 엘에이치(LH) 사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으로 공전하고 있는 국회에서 2·4대책 후속 입법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게 ‘공급 시간표’를 지연시키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국토교통부는 주간 주택공급 브리핑을 열어 지난 3월 발표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 1차 후보지 21곳과 2차 후보지 13곳 등 총 34곳의 추진 상황을 점검한 결과, 11곳은 동의서 징구에 착수한 상태이며 이 가운데 6곳은 예정지구 지정요건인 주민동의율 10%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도심복합사업은 지자체로부터 추천을 받은 곳을 대상으로 국토부가 사업성 검토를 거쳐 후보지를 선정한 뒤 사업설명회 등을 통해 주민동의율 10%가 충족되면 예정지구로 지정하고, 이후 주민동의율 3분의 2를 충족하면 정식으로 본지구 지정이 돼 개발이 이뤄진다.
특히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은 정식 지구 지정 요건인 주민동의율 3분의 2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정지구 지정이 7월, 본 지구 지정은 올해 연말로 잡았던 국토부의 ‘공급 시간표’를 크게 앞선 것이다. 공급물량이 4139호로 서울 도심복합사업 34곳 중 규모가 가장 큰 증산4구역은 뉴타운 지구(수색·증산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바 있으나 지구 내 다른 구역들과 달리 조합 설립을 하지 못해 2019년 6월 구역 지정이 해제된 바 있다. 은평구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조합이 주체가 되는 민간 개발이 잘 안 됐고 공공주도 방식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주민들이 이해를 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정지구 지정 요건을 넘어 본 지구 지정 요건까지 갖춘 곳이 나왔지만, 2·4 대책 후속 입법에 진전이 없어 당장 국토부가 사업을 추진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도심복합사업은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며 그밖에 2·4 대책이 제시한 도심 공급 모델은 후속 입법을 통해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2·4 대책이 나온 이후 3월에 엘에이치 직원들의 3기 새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동안 국회는 투기근절대책 마련 및 후속 입법에 힘을 쏟은 바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이헌승 의원실 관계자는 “2·4 대책은 공공 주도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입장이고 중간에 엘에이치 사태까지 터지면서 공공기관 신뢰도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공공 주도 개발을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5월 국회 일정이 정해지면 상임위 회의 일정이 논의되겠지만 법안 심사는 들어온 순서대로 하자는 원칙이라 밀려있는 법안 심사가 많은 상황이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는 국회의 시간표가 있는데 2·4 대책 발표하고 나서 서너달만에 입법이 완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5월 임시회 일정이 아무것도 합의가 안된 상태라 좀더 봐야한다”고 말했다.
국회 후속 입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국토부도 예정지구 지정 목표 시기였던 7월이 어렵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회 심의가 진행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7월 예정지구 지정은 어렵고 8월이나 그 이후로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다만 6월 중 법이 통과돼 시행되면 예정지구 지정이 늦어지더라도 본 지구 지정을 연내에 완료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후속 입법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김 주택정책관은 “주민들이 많이 호응하고 있고 지자체와 상당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국토부는 이날 2·4 대책 관련 통합지원센터를 개소해 신규 사업에 대한 1300여건의 컨설팅을 지원하고 후보지만 491곳(지자체 제안 415곳, 민간 제안 76곳)이 접수된 점 등을 들어 현장에서 공공주도 개발 수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도심복합사업 3차 후보지 4곳(부산진구 옛 전포3구역, 부산진구 옛 당감4구역(1241호), 대구 달서구 대구 신청사 인근, 대구 남구 미군부대 캠프 조지 인근)이 모두 국민의힘 지역구라는 점이 야당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도 있다. 부산 후보지 2곳이 포함된 부산진구는 국회 국토위 간사를 맡고 있는 이헌승 국민의힘 지역구다. 이날 국토부를 찾은 서은숙 부산진구 구청장은 “오랜 기간 주민들이 스스로 재개발이나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원활하게 진행이 안 돼 많은 안타까움이 있었고 투기세력의 인입으로 지역에 많은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었다”며 “원주민 정착률을 높이고 주택 공급을 안정화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고 국토부와 엘에이치와 협업해 원활하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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