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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압박에 떨고, 전세값 수억원 격차에 멀미

등록 2021-04-27 21:01수정 2021-04-28 02:30

임대차3법 시행 9개월 실태 좌담회
2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주최 좌담회. 참여연대 제공
2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주최 좌담회. 참여연대 제공

법대로 계약갱신하자니 임대인이 실거주한다고 할까 봐 무섭고, 합의갱신을 하자니 폭등한 전셋값이 두렵고….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주임법)이 시행 9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현장에서는 이런 임차인 보호 제도를 체감하지 못하는 임차인들의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주 갱신거절이나 신규계약 임대료 상한제와 관련한 후속 입법을 서두르지 않으면 내년 7월 이후 전월세 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가 지난해 9월부터 경기도에 접수된 임대차 관련 상담 166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갱신거절’과 관련된 상담이 72건(35%)으로 가장 많았고 ‘계약갱신’ 관련 상담이 60건(29%)으로 뒤를 이었다. 갱신거절 상담 사례 중에는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거절을 할 경우 ‘허위 실거주’가 의심되거나 ‘조건부 실거주’(매매를 시도하다 안 되면 실거주, 임대료를 시세대로 올려주지 않으면 실거주) 사례가 많았다고 민변은 밝혔다. 특히 임대인이 “시세대로 올려주지 않으면 실거주하겠다”며 조건부 실거주를 내세울 경우 임차인은 법이 정한 계약갱신이 아닌 ‘합의갱신’을 하게 되는데 이때는 임대료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폭등한 임대료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가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연 좌담회(‘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임대차 시장 동향과 분쟁 사례 발표 및 문제 해결을 위한 좌담회’)에서 이런 분석 결과를 발표한 김대진 변호사는 “실제 상담 과정에서 세입자 권리 보호를 위해 도입된 계약갱신요구권과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에 대해 오히려 임차인들의 불만이 더 크기도 했다”며 “(법적인) 문제점을 보완해 임대인-임차인 간의 분쟁을 최소화하고 임차인들이 실질적인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주임법 추가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갱신계약과 신규계약 사이에 전셋값 격차가 벌어지는 ‘이중가격’ 문제도 임차인 권리를 제약하는 요소로 꼽혔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가 이날 좌담회에서 공개한 서울 소재 아파트단지 3곳(전용면적 84㎡ 기준)의 지난해 8~12월 전셋값 최저가-최고가 격차 자료를 보면, 강동구 롯데캐슬퍼스트의 격차는 4억원(최고 9억원, 최저 5억원)에 달했다. 강서구 우장산힐스테이트 2억원(최고 7억원, 최저 5억원),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는 1억2100만원(최고 3억2000만원, 최저 1억9900만원)의 차이가 났다. 박 대표는 “이중가격이 형성되면 갱신계약 2년 후 보상심리에서 훨씬 높은 보증금에 재계약을 하거나 기존 임차인을 퇴거시키고 신규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을 높인다”며 “이중가격 현상이 존재하는 한 임차인이 임대인과 대등한 관계에서 계약을 맺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강훈(변호사)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임대차 시장의 이중가격 문제는 개정된 주임법에 따라 갱신된 임대차 기간이 끝나는 내년 7월 이후 정부 여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신규 임대차 시장에서 서울이나 대도시의 임대료 인상 압박 요인이 상당하기 때문에 프랑스나 독일처럼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신규계약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2014년, 독일은 2015년부터 과밀주거지역 일부 주택의 신규 임대료는 ‘기준 임대료’의 10~2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실거주를 내세운 갱신거절이 만연한 문제에 대해 이 실행위원은 “독일, 일본, 프랑스 등 국외에서는 우리와 같이 갱신요구권 횟수에 제한을 두는 입법례가 없다”며 “갱신요구권 행사 횟수를 현행 1회에서 최소 2회 이상으로 확대하고 최초 4년 동안은 임대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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