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국토발전전시관에 마련된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며 ‘2·4 공급대책’의 기초작업까지는 마무리할 것을 주문했지만, 정부의 의지대로 공급대책이 순조롭게 추진될지 우려를 낳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변 장관의 사의 수용과 관련해 “지금 투기에 대한 조사 및 수사가 진행 중이나 공급대책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입법 등 기초작업을 끝내고 퇴임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28일 임명된 변 장관은 새달 7일 재보궐선거일 전후까지 ‘시한부 장관’으로 활동하게 될 전망이다.
2025년까지 서울에 32만호, 전국에 83만6천호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한 초대형 주택공급계획인 2·4 대책은 변 장관이 지난해 12월 말 취임한 뒤 처음부터 끝까지 깊숙이 관여해 마련된 것이다. 그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등을 지내면서 공공 디벨로퍼로서 경험을 쌓으면서 현장에서 느낀 주택공급 방식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오래전부터 구상된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엘에이치 등 공공이 주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이나 ‘공공기관 직접시행 정비사업’이 2·4 대책의 핵심 내용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밖에도 도시재생 사업에 정비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재생 혁신지구’ 등도 그가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사업 방식이다. 그런 만큼 변 장관이 빠지게 된 상황에서는 국토부가 이들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국토부에서는 청와대가 언급한 2·4 대책 관련 입법 중 핵심 법안의 처리에는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도입하는 내용의 ‘공공주택특별법’과 공공기관 직접시행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2·4 대책의 핵심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다수당인 여당이 입법에 속도를 내면 주요 법안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까지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관련 입법이 된다 해도 현실적으로 엘에이치 등 공공기관이 첨예한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 등을 주도적으로 순탄하게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큰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엘에이치 직원 토지 투기 의혹에 따라 엘에이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도 당혹스러워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엘에이치 땅 투기로 야기된 장관 사의에 할 말이 없게 됐다”며 “그래도 어떻게든 기왕 내놓은 2·4 대책이 추진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께 사죄하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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