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땅에 묘목이 심어져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광명·시흥 새도시 일대가 공급대책 발표 때마다 거래가 폭증하는 등 투기의 타깃이 되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이 이미 눈독을 들이고 있는 유력 후보지를 택지로 지정할 경우에 사전 기밀 누설 등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택지 지정 절차의 ‘보안’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특히 하남 감북, 김포 고촌, 고양 원흥 등 유력한 후보지로 물망에 오르내리는 지역들에도 이미 투기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추가 신규 택지 발표 이전 해당 부지에 대한 사전조사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이번 엘에이치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토지 실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8·4 공급대책 발표 직전 3개월 동안 167건의 토지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이뤄진 전체 거래 수는 244건으로 1년 거래의 68.4%가 공급대책 발표 직전 3개월에 쏠린 것이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1월부터 4월까지 14건에 불과했던 토지거래는 5월 86건(67억원), 6월33건(81.5억원), 7월 48건(4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김 의원실은 “대다수 거래가 투기에 주로 동원되는 쪼개기(지분) 거래였다”고 밝혔다. 특히 8·4 대책이 발표된 8월에는 토지 거래가 2건으로 급감했는데, 8·4 대책 당시 신규 택지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투기가 잠시 잦아든 것으로 보인다.
2·4 공급대책 이전에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8·4 공급대책 발표 이후 지난해 9월 0건, 10월 0건으로 거래가 없다가 11월 8건, 12월 5건으로 늘더니 1월에는 17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월29일 취임하면서 “설 전에 도심 주택 공급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관이 공급대책을 구체화한 1월에 거래가 폭증한 것은 부동산 시장에서는 광명·시흥 지구가 사실상 ‘먹잇감’으로 전락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새도시 지정이 공식화된 이후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상반기 중 발표를 앞두고 있는 정부의 추가 신규 택지와 관련해서도 광명·시흥 사례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4 공급대책을 통해 수도권과 광역시에 26만호 공급을 약속했고, 현재 광명·시흥(7만호), 부산 대저(1만8천호), 광주 산정(1만3천호) 새도시가 발표된 상태다. 앞으로 15만호 규모의 추가 신규 택지가 남아 있는데, 특히 수도권에서는 하남 감북, 김포 고촌, 고양 원흥 등 과거 광명·시흥처럼 ‘만년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이 있어 이번처럼 이미 투기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상훈 의원실 관계자는 “‘엘에이치 직원이 한번 왔다갔다더라’ 소문만 나도 암암리에 개발 정보가 퍼지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어느날 갑자기 개발 계획을 공개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며 “내부자들이 관련 정보를 유의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구멍을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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