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후보지 8곳이 우선 확정된 가운데 서울 주택 매매시장에서 재개발과 밀접한 다세대·연립 등 ‘빌라’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전세난이 이어지자 실수요자들이 빌라 매매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빌라 강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 지역 다세대·연립 거래량은 5만7607건으로 아파트와 단독·다가구를 포함한 서울 전체 주택 거래량(14만8620건)의 38.8%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9년 전체 주택 거래량(12만7433건)에서 다세대·연립(4만2218건)이 차지한 비중 33.1%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2017년 29.5%였던 다세대·연립 거래 비중은 2018년 33.4%, 2019년 33.1% 수준으로 높아졌다가 지난해엔 40%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다세대·연립 거래량(4095건, 4649건)이 아파트 거래량(3769건, 4372건)을 추월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빌라 강세의 원인으로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대신 빌라 매매로 돌아서고, 투자수요는 재건축 대신 재개발로 돌아선 것을 꼽는다. 다세대·연립 등 비아파트 매물을 주로 취급하는 부동산플랫폼 ‘다방’의 관계자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나 공공임대 물량 등은 경쟁이 치열하고 바로 입주할 수 있는 게 아니다보니 당장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있거나 주거 불안감이 큰 분들이 아파트 전세보증금으로 빌라를 매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다방이 빌라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1~11월 신축(2011년 이후 건축) 거래 비중은 평균 28.3%였는데, 다세대·연립 거래가 아파트를 추월한 9월에는 신축 거래 비중이 32%까지 올랐다. 30~40년 된 구축 빌라는 투자수요가 몰리는 반면, 실수요는 신축으로 몰린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실수요든 투자수요든 부동산 매매에 대한 수요가 꺾이지 않고 있다”며 “특히 초과이익환수제가 있는 재건축에 견줘 규제가 덜한 재개발 쪽으로 투자수요가 일정 부분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온라인 공간에는 정부의 규제가 집중된 아파트 말고 빌라 투자를 권하는 부동산 투자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전세대출을 받은 무주택자의 전세대출 회수 규제는 3억원 이상 아파트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전세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연립·다세대 주택을 투자용도로 매수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주택자들의 경우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의 빌라를 추가 매수할 때는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12%)를 피할 수 있다.
여기에 후보지 8곳을 선정하는 등 새로운 도심 공급모델로 등장한 ‘공공재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 빌라 가격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재개발은 조합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제외하고 공적주택 기부채납 비율도 50%에서 20%~50%로 하한을 완화하는 등 특례를 부여하고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세입자 대책 등을 놓고 보면 이전의 민간 주도 재개발에 견줘 진일보한 것이 사실”이라며 “개발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층 주거지 주택 가격 상승 문제나 개발이익 환수 등의 대안은 구체화시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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