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증여가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는 퇴로로 활용되면서, 다주택자들의 매물 잠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도세 중과에 견줘 세부담이 낮은 증여세에 할증과세를 도입해 세부담에 균형을 맞춰야 매물 잠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14.1%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래 처음 10%대를 넘어섰다. 2006년~2017년 줄곧 5% 안팎을 오가던 증여 비중은 아파트 가격 급등이 본격화한 2018년 9.6%, 2019년 9.7%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다주택자들의 ‘증여 러시’는 하반기에 집중됐는데, 11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2400건으로 전체 거래건수(1만548건)의 22.8%를 차지해 월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아파트 거래는 매매·증여·분양권 전매·아파트 입주에 따른 소유권 이전 등을 포함한다. 여기서 매매와 증여만 놓고 봤을 때 지난해 하반기(7월~11월)의 경우 증여건수가 매매건수의 35.7%로 상반기 17.4%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송파구, 강동구, 영등포구, 은평구 등은 증여건수가 오히려 매매건수보다 2배 이상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에 나와야 할 매물의 상당수가 증여로 빠지고 있는 셈이다. 윤후덕 의원은 “다주택자들이 세율과 수익률 면에서 양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고 있다”며 “특히 전세보증금이나 대출을 낀 상태로 증여하는 ‘부담부증여’가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한 양도세 중과 정책을 무력화하고 있어 증여세와 양도세 부담의 균형을 이루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전세를 낀 아파트를 증여할 때 선택하는 ‘부담부증여’의 경우 세부담을 일부 낮출 수 있다. 전세보증금은 양도세, 전세보증금을 뺀 차액은 증여세를 내기 때문에 이같은 ‘쪼개기’를 통해 과세구간별로 적용되는 세율을 낮출 수 있다. 또한 부담부증여 시 증여취득세(2주택 이상 증여 시 12%)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전세보증금 양도 부분에 대해 일반 세율(3%)이 적용되는 취득세만 낸다. 증여를 통한 양도세 회피를 막기 위해 2주택 이상인 증여가 이뤄질 때 증여취득세를 3.5%에서 12%로 크게 강화한 정책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다.
실제 윤후덕 의원실이 증여·부담부증여·매매 시에 세부담을 시뮬레이션한 자료를 보면, 전세 6억원을 끼고 있는 10억원 주택의 경우 부담부증여를 할 때 세부담(2억2714만원)이 증여(2억8700만원)나 매도(2억7868만원)보다 6천만원 가량 낮았다. 고가주택의 경우 세금 절감 효과가 더 커서 잠실 리센츠(매매가격 22억원, 전세 14억원)의 경우 부담부증여 세부담(6억8043만원)은 일반증여(8억7360만원)나 매도(8억4614만원)보다 최대 2억원 가까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아파트를 증여받아 1주택이 된 자녀가 2년 보유 및 거주 조건을 채운 뒤 팔면 9억원 이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까지 얻을 수 있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부담부증여가 ‘절세 전략’이지만 부모세대에서 자녀세대로 불로소득이 세습되는 ‘부의 대물림’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윤후덕 의원은 “조부모가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녀에게 상속 및 증여할 경우 산출세액의 일정 부분을 할증과세 하는 장치가 있다”며 “증여세 기본세율 10~50% 외에 조정대상지역에서 자녀가 증여받는 주택에 대해 유사한 형태의 할증과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윤 의원은 13일 이같은 내용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추가대책 긴급 제안문을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변창흠 국토부장관 등에게 전달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