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군 가우도의 지명 유래.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동학농민운동의 마지막 전투였던 ‘우금치 전투’가 벌어진 충남 공주 우금고개는 소와 관련된 지명이다. 소도둑이 많은 곳이라 해가 저물었을 때 소를 끌고 고개를 넘어가면 소를 빼앗길 수 있으니 소를 끌고 넘어가지 말라는 뜻을 담아 ‘우금(牛禁)고개’라 지었다는 것이다.
27일 국토지리정보원이 내년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를 맞아 전국의 고시 지명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소와 관련된 지명은 731개로 용(1261개), 말(744개)에 이어 세번째로 많았다. 17개 시·도 가운데는 전남 지역이 204개로, 2위 경남(96개)의 2배 이상 많았다. 종류별로는 마을이 566개로 가장 많았고, 섬 55개, 산 53개 순이었다.
마을 이름 가운데 경상남도 거창군 가북면 ‘우혜마을’은 어린이에게 달려드는 맹수와 싸워 이긴 소의 은혜를 기린다는 뜻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호랑이와 싸워 주인을 구한 소의 이야기를 그린 ‘의열도(의우도)’가 있는데, 예부터 소는 ‘의로움’을 상징하는 동물로도 알려져 있다. 마을에 있는 바위가 소의 머리처럼 생겼다는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 북쪽의 ‘소돌마을’도 있다. 경남 밀양시 밀양역 앞에 있는 멍에실 마을은 마을의 모습이 소 멍에와 같다는 데서 유래한 지명인데 멍에(소가 쟁기질 할 때 목에 거는 막대), 구유(먹이를 담아주는 그릇), 길마(소 등에 얹어 물건을 운반하는 데 쓰는 연장), 코뚜레(고삐를 매기 위해 소의 코에 끼우는 고리) 등 소를 부릴 때 사용하는 도구와 관련된 지명도 51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섬 중에는 전남 강진군 도암면 용흥리 앞바다에 위치한 가우도(駕牛島)가 있다. 보은산 소의 머리에 해당 되고 이 섬이 소의 멍에에 해당된다 하여 멍에 ‘가’(駕)자를 써서 가우도라 했다고 전한다. 실제 소의 머리라 했던 강진군 보은산 정상 봉우리는 ‘우두봉’이라고 부른다. ‘강진군 마을사’에는 강진군 전체 지형을 누워있는 소, 와우형으로 묘사하고 있다.
‘소똥령’은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에 있는 소 관련 지명이다. 옛날 한양으로 통하는 길목에 위치한 고개인데, 장으로 팔려가던 소들이 고개 정상에 있는 주막 앞에 똥을 많이 누워 산이 소똥 모양이 되었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널리 전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 2010년 경인년, 호랑이를 시작으로 해마다 새해 십이간지에 해당하는 동물 관련 지명을 소개해왔고, 새해 신축년으로 십이지 동물에 대한 지명 소개가 완료되었다. 12년 동안 이뤄져 온 십이간지 지명 시리즈는 책자로 만들어 내년 1월 중 국토지리정보원 누리집에 공개한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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