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의 아파트 공사 현장. 한겨레 자료사진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 시기에 외지인 매수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구와 경기 과천시의 경우 아파트 10채 중 8채는 외지인이 매수하는 등 투기수요 유입이 두드러졌던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외지인 주택거래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아파트 매매거래 중 매수자가 동일 시·군·구인 비중은 서울의 경우 2013년 58.1%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 추세로 돌아서 2019년 43.7%까지 낮아졌다. 용산구에서 용산구로 주택을 매수해 이주하는 비중이 2013년 10명 중 6명이었다면 2019년엔 4명으로 줄었다는 얘기다. 2019년 이 비중은 주택 실거래가 자료가 수집되기 시작한 2016년 이래 최저치다.
2013~2016년 외지인 거래 비중이 높아지면서 가격 상승폭이 크게 확대된 지역은 서울 용산(50.6%→69.2%), 경기 하남(45.2%→63.4%), 서울 강동(38.5%→58.0%), 경기 화성(40.7%→54.7%) 등이었다. 주택 시장 침체가 이어지던 2013년은 4·1 대책이 나온 해로 취득세 인하, 양도세 중과 폐지, 단기보유 시 양도세 완화 등 부동산 시장 부양 정책이 본격한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6~2019년에는 경기 과천(53.3%→77.1%), 서울 성동(56.6%→68.6%), 경기 성남 수정구(51.9%→65.7%), 서울 서대문(52.5%→64.0%), 서울 강남(48.8%→60.3%) 등의 외지인 거래 비중이 높았다. 특히 서울 용산은 2018년에 외지인 거래 비중이 77.7%, 경기 과천은 2019년에 77.1%에 달했다. 10채 중 8채는 외지인이 아파트를 매수한 것이다. 특히 주택 가격이 급등한 지역들은 외지인 매수 비중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2019년 서울(평균 56.3%)의 경우 용산(69.5%), 성동(68.6%), 서대문(64.0%), 동작(62.5%), 마포(62.0%), 강동(61.6%) 등이 60%가 넘었다.
현재 한국부동산원은 ‘아파트 매입자 거주지별 주택거래통계’를 통해 매수자 거주지 정보를 ‘관할 시군구 내’(용산구 내), ‘관할 시도 내’(용산구 제외 서울시 내), ‘관할 시도 외 기타’(서울 외) 등으로 구분해 제공한다. 보고서는 관할 시·군·구 외 매수자를 모두 ‘외지인’으로 집계했다. 서울시에 거주하더라도 용산구에 살면서 강남구의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외지인으로 집계한 것이다. 강남구에 대한 가격 상승 기대가 높다면, 서울과 서울 외 지역 구분없이 매수세가 집중되기 때문에 투기수요의 영향을 분석할 때는 서울 내에서도 외지인 구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토연은 2주택 이상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0%로 제한하는 등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투기수요가 억제되지 않은 원인으로 전세보증금을 지렛대로 주택을 매수하는 외지인의 갭투자가 대출규제를 무력화시킨 점을 꼽았다. 연구를 수행한 황관석 국토연 부연구위원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50~70%에 달하는 상황에서 다주택자가 대출을 받을 필요 없이 갭투자를 하면 된다”며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을 때는 대출 규제로는 충분치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7·10 대책 때 포함된 취득세 강화가 외지인의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주요한 방안이었다”며 “이같은 방식이 7·10 대책에서야 포함된 것은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