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공공택지 내 아파트 건설용지는 임대주택을 분양주택과 섞어 소셜믹스 형태로 공급하는 건설사에 우선 공급된다. ‘3기 신도시 부동산 펀드’와 같은 공모 리츠 운용 계획을 제출한 건설사에 아파트 용지를 공급해, 정부의 대규모 주택 공급 과정에서 투자 수익을 얻을 기회도 생길 전망이다.

26일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 건설용지 공급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공동주택 건설용지는 경쟁 입찰을 할 경우 최고가 입찰 등에 의한 분양가 상승 우려 탓에 입찰에 참여한 업체에 대해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공급되어 왔다. 하지만 추첨제 역시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추첨 확률을 높이는 ‘벌떼 입찰’ 등 청약 경쟁 과열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국토부는 지난 7월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공동주택 건설용지 공급을 받은 회사가 다른 회사에 용지를 되파는 ‘전매행위’를 제한한 바 있다.

개선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 건설용지 공급은 추첨제에서 평가제로 바뀐다. 국토부는 평가지표에 따라 평가제 유형을 임대주택 건설형, 이익공유형, 설계공모형 3가지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우선 임대주택 건설형은 평가지표로 일정 비율 이상 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의무화하며, 임대주택 건설 방식은 분양주택과 구별되지 않도록 ‘동·호수 랜덤 방식’으로 지어야 한다. 그동안 임대주택 건설이 의무화되어 있는 재개발 아파트의 경우, 민간 건설사들이 임대주택을 별도 출입구를 지닌 별도 동으로 구분해 ‘사회적 낙인’ 문제가 발생했다.

이익공유형은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에 ‘공모 리츠’ 설립 및 운용을 필수조건으로 제시한다. 공모리츠는 토지 및 주택 등 부동산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이를 운용하는 일종의 ‘부동산 펀드’로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와 공유하는 부동산 간접 투자의 방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운영하는 서민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대상을 소액투자자 기준으로 삼아 이들에게 얼마나 많이 배당하는지 등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공동주택 건설용지 뿐만 아니라 상업 및 업무 용지인 자족용지에 대해서도 공모리츠를 연계한 공급방식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3기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 과정과 연계된 공모리츠에 투자해, 일정 부분 부동산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주택을 직접 매매해 투자 수익을 내는 방식이 부동산 시장 과열 및 주택 가격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낳는 탓에, 공모리츠와 같은 대체 투자처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한편 지난 19일 발표된 전세대책과 연계한 평가지표도 도입된다. 매입약정형 매입임대주택이나 공공전세 주택 건설 사업에 참여한 실적이 우수한 건설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경우 우선공급을 하거나 가점을 주는 방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대책의 도심형 빌라 공급에 중견기업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 질 좋은 주택이 공급되도록 할 목적”이라며 “소규모 건설업체에 아파트를 짓는 공동주택 용지를 공급하는 것은 아니고, 이들에게는 공공택지 내 단독주택 용지나 연립주택 용지 등이 우선공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당장 내년부터 추첨제가 아니라 평가제를 적용한다. 3기 신도시는 물론 공공택지 공급 여분이 있는 인천 검단, 파주 운정, 화성 동탄 등 2기 신도시 공급 택지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단, 국토부는 평가제를 2024년까지 전체 공급 공공택지의 60% 이상으로 확대하되 평가제 적응이 필요한 중소규모 건설사를 위해 추첨제를 40% 수준에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