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의 25%만으로 초기 구입이 가능해 ‘반의 반값 아파트’로 주목받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밑그림을 담은 입법안이 발의됐다. 지분을 100% 취득하기 전에 시장에 매매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가격은 정부가 정한 ‘정상가격’ 이하로만 팔도록 했다.
9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보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실거주 의무 기간 및 전매제한 기간은 주택법이 정한 공공분양 주택과 똑같이 실거주 의무 기간 5년, 전매제한 기간 10년을 적용받게 된다. 이 기간에 부득이한 사유로 매각할 때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스에이치) 등에 환매해야 하며, 이 때는 초기 분양가격에 정기예금 금리만큼 가산된다. 박 의원 발의안은 서울시와 정부가 꾸린 ‘지분적립형 주택 티에프(TF)’의 논의 내용을 반영한 것으로, 지난 8월 8·4 공급대책을 통해 처음 발표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에 대한 후속 입법이다.
전매제한 기간 10년이 지나더라도 지분 100% 취득 전에 매각한다면 시장가격이 아니라 에스에이치 등 공급주체가 동의하는 ‘정상가격’ 이내에서 팔 수 있다. 초기에 25% 지분만 취득한 뒤 20~30년(9억원 초과는 30년)에 걸쳐 나머지 75% 지분을 취득하는 모델을 고려하면, 지분 취득 기간인 20~30년 동안 공공이 가격 조절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분적립형 주택의 시세는 적어도 20~30년 동안 시장가격보다 저렴하게 유지된다.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제한받는 일이지만, 해당 주택을 구매할 다른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공공주택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유지되는 셈이다.
100% 지분을 취득한 뒤에는 소유자가 제한없이 시장에 매각할 수 있다. 서울시의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공급계획을 보면, 20년 동안 지분을 적립하는 유형은 초기 25%를 매입한 뒤 이후 4년 마다 15%씩 추가로 취득하며, 30년은 초기 20% 매입 이후 4년마다 10%씩 지분을 추가 확보한다. 취득하지 못한 지분에 대해서는 이자 개념의 임대료를 낸다. 분양가 6억원 주택을 1억5천만원(25%)만 내고 취득했다면, 나머지 4억5천만원(75%)에 대해서는 지분 추가 취득 때까지 국고채 금리 수준을 적용한 임대료를 내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초기 자산이 없어서 전세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낸 신혼부부들의 경우 이미 이자를 많이 내고 있는데, 그 이자 부담보다는 지분적립형 임대료가 훨씬 저렴할 것”이라며 “금융기관 이자의 절반 수준으로 주택을 자가소유하면서 장기 보유할 경우 매각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2023년 최초 분양을 실시하며, 2028년까지 1만7천호 규모로 공급될 전망이다. 서울의료원 부지 등이 시범 부지로 검토되고 있다. 공공재개발이나 공공재건축의 기부채납 공공분양 물량이 지분적립형 주택으로 공급될 경우 물량 확대가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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