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늘어선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집값이 급등하면서 주택 보유 여부에 따른 자산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에 사는 20∼30대 무주택 가구가 극심한 자산불평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국토연구원이 공개한 ‘자산 불평등에서 주택의 역할’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순자산 상위 20%의 총자산 중위값은 12억7111만원으로 하위 20%의 중위값 3252만원의 39.1배로 집계됐다. 거주주택자산의 격차(4억7677만원-614만원)는 상위 20%가 하위 20%의 77.6배였고, 비거주주·토지·상가 등 투자 목적의 부동산을 포함한 부동산자산 격차(9억4979만원-935만원)는 101.6배에 달했다. 특히 총자산의 경우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가 2012년 대비 지난해 감소(42.3배→39.1배)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주주택자산 격차(73.5배→77.6배)와 부동산자산 격차(100.5배→101.6배)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2011년 0.38에서 2018년 0.34로 낮아진 것에 견주면, 자산불평등은 더 심화한 것이다.
보고서가 2018년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토대로 거주지역별, 연령별로 소득 및 자산 불평등도(지니계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주택가격이 급등한 서울 지역의 경우 소득 불평등도보다 자산 불평등도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0.36), 수도권(0.33), 서울(0.35) 지역의 소득불평등도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부동산 자산 불평등도는 서울이 0.72로 수도권(0.68)과 비수도권(0.59)에 비해 컸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구주 연령대별로는 20∼30대의 부동산자산 불평등도가 0.8에 달해 ‘완전불평등’을 뜻하는 1에 근접했다. 소득불평등도는 20∼30대(0.29)와 40∼50대(0.28)의 차이가 별로 없었으나 부동산자산 불평등도는 각각 0.79, 0.62로 차이가 컸다.
서울에 사는 20∼30대 중에서도 특히 무주택 가구가 자산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부동산 자산 불평등을 살핀 결과 무주택자와 1주택자 사이에 존재하는 자산불평등에 부동산자산 불평등도가 미치는 영향이 62.3%였으며, 다주택자가 추가될 경우에는 부동산자산이 자산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 67.9%까지 증가했다. 한국 사회에서 자산 격차를 초래하는 근본 원인이 주택을 몇 채 보유하느냐에 있는 셈이다. 오민준 국토연구원 연구원은 “주택 보유 여부가 자산불평등도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자산불평등이 사회 불평등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무주택자가 접근 가능한 저렴한 주택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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