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차인에게 한 번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한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지난 7월 말 시행에 들어갔지만 집주인이 허위로 실거주하겠다면서 임차인을 내쫓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개정 주임법이 임차인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로 인정한 ‘집주인 실거주’에 대해 보다 엄밀한 요건 명시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부동산 업계 말을 종합하면, 최근 전월세 계약 만료 때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을 내세워 세입자를 내보낸 뒤 주택을 매도하려는 ‘꼼수’가 잇따르고 있다. 현행법은 집주인과 직계가족이 임차 주택에 실거주하려는 때는 예외적으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일부 집주인이 주택 매각을 위해 이 규정을 악용하는 셈이다. 최근 주택시장에선 대출 등 여러 규제 탓에 주택 매수인이 입주 가능한 매물이어야 거래가 쉽게 이뤄지고 있다.
주임법은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을 내보낸 뒤 다른 세입자와 임대차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주임법은 이 경우 부당하게 쫓겨난 임차인에게 지불할 손해배상액으로 △갱신 거절 당시 월단위 임대료 (전세금은 전액 월세로 전환해 법정 전환율 2.5% 적용) 3개월분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들여 추가로 더 받은 임대료를 월 단위로 환산한 금액의 2년치 △갱신거절로 세입자가 입은 손해액 중 큰 금액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제3의 세입자를 들일 경우에 해당할 뿐 주택을 매도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실거주하지 않은 집주인이 주택을 매도한 경우도 불법행위인 것은 맞지만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는 임차인이 민법에 따라 따로 소송을 거쳐야 하는 실정이다. 또 계약갱신을 거절한 집주인의 실거주 기간에 대해 별다른 규제가 없다는 것도 맹점으로 지적된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에선 주임법 개정 당시 집주인과 직계존비속 실거주를 계약갱신 거절 사유로 폭넓게 인정한 게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은 “독일처럼 기간에 제한이 없는 임대차 제도에선 ‘집주인 실거주’가 임차인 퇴거 사유로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처럼 ‘2+2년’의 계약기간 제한이 있는 상황에선 달리 봐야 한다”면서 “다만, 집주인 실거주 사유를 아예 제외하면 또다른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현재로선 집주인이 불가피하게 실거주해야 하는 이유를 임차인에게 증빙 자료로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꼼수 실거주’를 방지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양도소득세를 감면받기 위한 1주택 소유자의 실거주 요건(규제지역 2년)이나 주택담보 대출 때 6개월내 실거주 의무를 부과한 규제(6·17 대책) 등이 세입자의 ‘2+2년’ 계약기간 보호와는 일부 충돌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시내 주요 아파트일수록 임차인 계약 갱신에다 집주인 실거주 증가로 인해 전세 품귀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면서 “불가피한 사유로 실거주하지 못하는 집주인에 대한 양도세나 대출 규제를 조정하거나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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