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시 지명 10만여개 가운데 가장 긴 한글 지명은 대구 주암산에 있는 ‘옥낭각씨베짜는바위’라고 국토지리정보원이 6일 밝혔다.
한글날을 맞아 국토지리정보원이 공간정보관리법에 따라 국가지명위원회가 결정한 전국의 지명 10만여개를 분석한 결과, 한자어로 된 지명이 4만5961개로 가장 많았으며 한자어와 순우리말을 함께 쓴 혼합어 지명이 1만7657개, 순우리말로 이루어진 고유어 지명은 1만1771개였다. 나머지 2만5336개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분류하기가 어렵거나 곤란한 지명으로 ‘기타’로 분류됐다. 국토지리정보원 국토조사과 관계자는 “법적으로 지명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산이나 고개, 바위, 마을, 바다 등 인문지명·해양지명·자연지명 등을 포함한다“며 “최근에는 노량대교나 원산안면대교 등 지명을 두고 지자체 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어 도로나 교량 등의 인공지명도 공식적으로 고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 9자로 전국에서 가장 긴 지명으로 꼽힌 ‘옥낭각씨베짜는바위’는 대구시 주암산에 있는 바위 이름으로, 바위산이 베를 짤 수 있을 정도로 넓어서 옥낭각시가 바위에서 베를 짜다가 남성에게 쫓겨서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져온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마을의 한 여성과 결혼하기로 한 남성이 전장에 나가 전사하자 여성이 바위에 올라 죽을 때까지 남성을 그리워했다고 해 ‘옥녀바위’ 또는 ‘각시바위’라고도 전한다는 구전도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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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어 지명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지명은 ‘새로 마을이 생겼다’는 뜻의 ‘새터’로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을 비롯해 전국에 273곳이 같은 지명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골(142개), 새말(110개), 안골(96개), 큰골(68개), 뒷골(66개) 등이 뒤를 이었다.
한자어 지명 중에서도 ‘새터’와 같은 뜻인 ‘신촌’(新村)이 263개로 가장 많았다. 신기(新基·192개), 평촌(坪村·138개), 송정(松亭·126개), 내동(內洞·119개) 등도 많았다. 혼합어 지명 중에서는 볕이 잘든다는 뜻의 한자어 ‘양지’(陽地)와 ‘마을’이라는 뜻의 고유어 ‘말’이 결합된 양지말(陽地말)이 97개로 가장 많았다. 가게를 뜻하는 점(店)과 마을이 결합된 점말(店말), 장터(場터)가 그 뒤를 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 지명은 남산(南山)으로 101곳이 있으며, 봉우리는 국사봉(國師峰)으로 80곳이 같은 지명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