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흥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가운데)이 지난 2019년 12월~2020년 2월 3개월 동안 전국 9억원 이상 고가주택 이상거래 실거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한 법인의 주주인 ㄱ씨는 시가 13억5천만원짜리 서울 송파구 아파트를 매수한 뒤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에 매수대금 중 7억5천만원의 출처를 법인에서 받은 배당소득이라고 기재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대응반)의 실거래 조사 결과 7억5천만원은 ㄱ씨의 실제 보유 지분(0.03%)으로 받을 수 있는 배당액을 크게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는 탈세 혐의로 국세청 조사를 받게 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3개월 동안 이뤄진 전국 9억원 이상 고가주택 매매 거래 중 탈세가 의심되거나 대출 규정을 위반하는 등 이상거래 811건이 확인됐다. 고시원에 위장전입하는 부정한 방법으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이들은 부동산 특별사법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26일 국토부 대응반과 한국감정원 실거래상설조사팀이 발표한 실거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뤄진 전국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 2만2800여건 가운데 이상거래가 의심되는 건은 1705건(7.5%)이었다. 서울이 1333건(78.1%)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가 206건(12.0%)으로 뒤를 이었다. 거래대금 지급 증빙자료, 금융거래확인서 등을 통해 정상거래로 최종 소명된 거래는 894건(52.4%)이었으며, 나머지 811건(47.6%)은 국세청 및 금융감독원 등의 추가 조처가 필요한 이상거래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가족 간 편법증여 및 저가 거래, 법인자금 유용 등 탈세 의심으로 국세청에 통보된 거래가 555건으로 가장 많았다. 언니로부터 용산구 아파트를 시세보다 3억3천만원 낮게 매수한 동생이 특수관계인 사이 저가 거래를 통해 양도세 및 증여세 탈루 혐의로 국세청에 통보됐다.
다른 용도로 법인 대출이나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뒤 주택 구입에 활용한 대출 규정 위반 의심 거래 37건은 금융위원회 등에 통보됐다. 저축은행에서 의료기기 구입 목적 등의 용도로 개인사업자 대출 26억원을 받아 70억원 상당의 강남구 아파트를 매수하는 데 사용한 의사가 대표적 사례다. 계약일을 허위로 신고하는 등 부동산거래신고법을 위반한 211건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명의신탁이 의심되는 8건은 경찰청에 통보됐다.
국토부 대응반은 이날 부동산 시장 범죄행위 수사 결과도 공개했다. 지난 2월 특별사법경찰을 포함해 출범한 대응반은 현재까지 모두 30건(34명)에 대한 수사에 돌입해, 수사가 마무리된 15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집값 담합 행위(13건)가 가장 많았다. 고시원 업주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해당 고시원에 위장전입한 뒤 청약 거주자 우선제도를 이용해 부정 당첨되는 등 아파트 부정 청약(9건) 관련 수사도 있었다. 대응반은 허위 매물 게시나 과장 광고를 금지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지난 2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향후 이와 관련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강남·용산 및 경기도 광명·구리 등 수도권 과열지역에서 이뤄진 이상거래에 대한 기획조사도 실시 중이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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