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밀집된 서울 마포구 공덕동 주택가 사이 도로로 18일 오후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최근 서울 주택시장 과열 분위기 속에서 아파트보다 가격이 저렴한 다세대·연립주택으로도 매수세가 몰리고 매맷값도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에선 아파트에 견줘 환금성이 낮은 다세대·연립에 투기 수요가 대거 유입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아파트값이 잡히지 않는다면 이들 주택 역시 매맷값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18일 서울시의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총 7008건으로, 2008년 4월(7686건) 이후 12년3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다세대·연립주택 매매는 1~5월 5천건을 밑돌았으나 6월 6328건으로 크게 증가한 뒤 지난달 7천건을 넘겼다. 7월 계약분은 신고 기한(30일)이 아직 열흘 이상 남아 있어 지난달 매매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구별로는 은평구 814건(11.6%), 강서구 798건(11.4%), 양천구 500건(7.1%), 강북구 434건(6.2%) 등 차례로 거래량이 많았다.
이처럼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가 늘어난 것은 최근 아파트값 급등세에 놀란 무주택자들이 비교적 매맷값이 저렴한 다세대·연립 매입에 나선 게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서울에서는 아파트 전세금으로 같은 동네의 비슷한 주택형 다세대·연립을 매입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은 실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다세대·연립으로 눈을 돌린 투자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6·17 대책에서 정부가 규제지역의 3억원 초과 아파트 매입자에 대해선 전세자금 대출을 제한했으나 다세대·연립주택은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갭투자’가 쉬운 여건이다.
정부가 8·4 공급대책에서 뉴타운 해제지역에 대해 공공재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공공재개발 예상 지역의 다세대·연립 몸값이 높아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성북구 성북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성북1구역 등에서 공공재개발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 뒤부터 빌라 매물이 귀해졌고 가격도 올랐다”며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갭투자하거나 실거주하면서 차후 재개발 아파트 분양권 취득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매매 수요가 몰리면서 다세대·연립주택 가격도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7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0.15%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송파구 삼전동 ‘월드컵파크빌’ 전용 68.41㎡는 지난달 3일 4억1천만원(5층)에 거래된 뒤 같은 달 23일 4억5300만원(3층)에 매매됐다. 성북구 성북동 ‘동구주택’ 전용 41.58㎡(지하 1층)의 경우 지난 2월에 2억5천만원에 거래됐으나 7월에는 같은 층 주택이 3억500만원에 매매됐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다세대·연립 매맷값은 다소간 시차를 두고 아파트값 흐름을 따라가겠지만 집값 등락폭은 아파트에 견줘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주거환경이 비교적 양호한 곳과 재개발 예정지 등의 다세대·연립 시장으로도 일부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다세대·연립은 제때 매각이 쉽지 않은 단점으로 인해 아파트처럼 가격 등락폭이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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