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29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 대신 부동산 규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독일이나 미국 등은 월세를 체납하지 않는 이상 계속 거주를 보장하거나 계약 갱신을 거절할 때 감독관청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훨씬 더 강력한 세입자 보호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이 제출한 검토보고서를 보면, 독일은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는 임대차가 원칙이다.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하려면 정당한 사유를 입증해야 하고, 이때에도 세입자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
미국은 임대인이 계약 갱신 거절권을 남용하는 것을 막는 별도 행정기관도 존재한다. 뉴욕주는 세입자가 임대료를 체납하지 않는 한 임대인이 갱신 거절을 하거나 세입자를 강제 퇴거시킬 수 없는데, 세입자 중대 과실에 의해 계약 갱신을 거절할 때에도 뉴욕 임대차 갱신국(DHCR)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도 기한 없는 임대차가 원칙이며, 계약 갱신 거절 시 행정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가까운 일본의 차지차가법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임대인의 갱신 거절이나 해지 통지가 불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임대인이 계약 갱신 거절을 하기 위해선 ‘정당한 사유’를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한국의 개정 이전 주택임대차보호법처럼 정당한 사유도 없이 계약 갱신 여부가 전적으로 임대인에게 부여된 사례는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관련 연구 결과다.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두 달 전 서면통지만 하면 계약을 종료할 수 있었던 영국 역시 ‘보트 피플’(템스강 배에서 생활하는 주거난민) 등 주거 불안이 심각해진 뒤 임대차 관련 법안 개정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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