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서울 도심 내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해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물량 확대만큼이나 공급 방식에서도 새로운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값 아파트’ 등 역대 정부의 공급 방식은 수분양자(최초 분양자)만 ‘로또 분양’의 이득을 누렸을 뿐, 주택시장의 장기적인 안정화에는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 대책을 기다리는 실수요자들의 관심은 민간분양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공공분양’ 물량이다. 공공분양은 정부, 토지주택공사(LH) 등 공적 사업 주체가 분양하는 주택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의 주택가격 안정화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보금자리주택’도 공공분양 주택이다. 서울 강남구에 공급된 보금자리주택 공공분양 주택 분양가는 3.3㎡당 924만~995만원으로 인근 수서 지역 아파트 시세(2205만원)의 40% 수준이었다.
집값 안정 효과가 있는 공공분양 물량은 문재인 정부 초기 2년 동안 1.8%(수도권 기준)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1.2%)보다 조금 많지만 이명박 정부(17.7%) 시기에 견주면 매우 적다.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나올 공급 대책에서 공공분양 비중을 크게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가 공공임대만 공급해도 되는 시기는 지났다. 공공임대는 소득 기준 때문에 갈 수 없고 민간분양 주택은 고분양가 때문에 갈 수 없는 중간 계층을 위한 공공분양의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에서 공공의 역할을 강조하는 학자들은 ‘부담 가능한 가격’과 더불어 ‘불로소득 최소화’라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급된 강남구 세곡푸르지오의 경우 2011년 1월 분양가(전용 84㎡)가 3억4200만원이었으나 지난 6월 실거래가가 13억4500만원으로 최초 분양가 대비 4배 이상 뛰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최근 거론하고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이명박 정부에서 시범 도입된 적이 있는데, 현재 시장에서 분양가(2억원대) 대비 5배가 넘는 가격(10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해 낮은 가격에 공급했지만, 환금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매를 허용한 탓이다.
국가가 막대한 세금을 들여 공급한 주택이 분양받은 사람의 불로소득으로 귀결되는 ‘로또 아파트’ 문제가 생긴 것이다. 대안으로는 공공토지주택 은행에 환매만 가능한 ‘환매조건부’ 주택이 거론된다. 김용창 서울대 교수(지리학)는 “2018년 기준으로 불로소득을 실현한 양도차익이 30조원 가까이 되는데, 이 가운데 80%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며 “환매할 때 시장가격이 아닌 물가상승률만큼의 시세차익만 공공으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게 하면 공급 초기 저렴한 가격이 공공에 의해 유지될 수 있고, 공공주택이 주택시장 전반의 가격 안정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공공재건축이나 공공재개발에 도입하려는 ‘지분적립형’ 방식도 초기 저렴한 분양가를 책정하면서도 불로소득을 최소화하려는 묘책이다. 일종의 할부 구입 방식으로 초기 분양 때는 전체 주택 지분의 일부를 산 뒤, 20~30년 동안 나머지 지분을 조금씩 추가로 사는 것이다. 거주 기간이 짧으면 추가 지분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노리고 공공주택을 사고파는 행위를 줄일 수 있다.
정부가 지난 5·6 대책 때 공공재개발을 통한 공급 방식으로 제안한 ‘지분공유형’ 역시 재건축 과정에서 높아지는 전체 집값을 부담하기에는 어려운 계층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30%만 지분을 갖고 나머지 70%는 토지주택공사 등 공급 주체가 갖는 방식으로, 집을 팔 때 생기는 시세차익도 지분에 따라 공공과 공유하게 된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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